카테고리 보관물: MOVIE & DRAMA

MBC판 라이언……

오늘 낮에 MBC판 Saving PVT Ryan을 봤습니다. 정확히는 후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가상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투 부분부터 말이죠. 극장에서 봤고 DVD도 가지고 있는 저로선 MBC판은 처음 보는 것인데 번역은 역시 나중에 나와서 그런지 더 낫더군요.

일례로 최고의 개그 중 하나인 ‘판쳐 쉬레케’를 ‘팬져탱크 개새끼’라고 번역했던 극장의 자막 수준에 비하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 하기야 정확히 말하면 극장의 자막이 X판이었던 거지만요. -_-

여담이지만 요즘엔 DVD를 볼 때 영어 자막을 켜 놓고 보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하도 번역을 믿을 수가 없어서…. (이게 다 이X도를 위시한 몇몇 번역가 탓. -_-) 아무래도 꽤 익숙한 일어에 비해 영어의 경우는 듣는 것만으로는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독일어 대사를 전부 번역했더군요. 일단 극장에서 영어 자막이 없었던 걸로 봐서는 미국에서도 그냥 넘어갔던 모양인데, 하기야 이런 부분은 굳이 번역할 필요는 없을지도요. 그래도 대충 아는 단어 몇마디 듣고 넘어갔던 부분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수확이랄지….

그런 의미에서 DVD나 다시 돌려 볼까요. 랄라.

NOT DiGITAL

실미도를 봤습니다.

으음, 작년 부터 이번달까지는 다른 해들에 비해 참 영화관을 자주 갔습니다. 귀챠니즘을 털어 내고자 일부러 찾아 다니는 경우도 꽤 있었고 영화관에 가서 볼 기회가 여러 번 생기기도 했었으니까요.

이번 실미도 관람도 평소 다니던 모 사이트에 친구가 ‘아직 실미도 안 보신 분 계시면 같이 보시죠’ 라는 글을 쓴 것이 계기였습니다. 당장 MSN으로 ‘영화 보여줘~’ 라고 했더니 ‘…본 줄 알았는데, 안 봤나…’ 라는 대답과 함께 쾌히 승낙해줘서 보게 됐습니다. 친구 A군에게 감사를. ^^

아무튼 영화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이리저리 빠지지 않고 본래 주제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점도 좋았고 배우들도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 편한 마음에 볼 수 있었죠.

안성기씨는 이름값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주로 많이 보여줬던 부드럽고 교양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숙련된 지휘관 모습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설경구씨의 경우 연극 무대에서 뛰던 가락 때문인지 때때로 오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만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이 두사람은 ‘같이 세워놓기만 해도 영화가 된다’라는 평가가 공허한 수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 두사람의 연기만으로도 연기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필요없을 정도지만 그 외 허준호씨를 비롯한 수많은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임원희씨는 역시 개그에서 빛나는군요. 이런 작품에선 개그가 극 분위기에서 붕 떠버리는 느낌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초반부에서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마초 분위기로만 흘러 버리는 걸 막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봅니다.

영화 자체는 국가권력 내지 공인된 국가의 폭력 앞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가는 인간성, 그리고 그 망가져버린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라는 미명하에 처분되고 이들이 일으키는 반란, 진압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비극과 그 와중에 다시 한 번 박살나는 인간성이라는 것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아주 잘 함축하고 있더군요.

분명 훌륭한 영화임은 틀림없지만 몇몇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작품 전체에 감정과잉인 면들이 보인다는 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의 주제, 장치들과 영화가 가진 힘에 의해 덮어버릴 마음이 생겨 버리니까요. ^^

그 다음은 액션에 관한 겁니다만 최근에 많이 만들어지는 사실성 중심의 액션이나 외국 전쟁 영화들에 비하면 좀 가볍다고 할까요, 붕붕 뜨는 느낌이랄지…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접하신 분들이라면 좀 적응이 힘들지도. 전반부나 중반까지는 그래도 괜찮습니다만 후반부는 솔직히 좀 깼습니다. 일렬로 육교나 옥상에 정렬하는 병사들이라든지(독수리 오형제냐…–;) 총격전이나 폭파장면들도 솔직히 수정하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습니다. 으음. 차라리 후반부에서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고증을 맞춰 절제된 연출을 했더라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모습과 실제 실미도 사건과는 차이가 꽤 있습니다. 반란 과정이라든지 기타 세부적인 곳에서 말이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극화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영화에 아주 몰입해서 본 영화입니다. 음, DVD 출시되면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NOT DiGITAL

PostScript.
마지막 부분의 배경이 되는 대방동 유한양행 앞 도로, 이 곳은 친조부님댁과 외조부님댁이 바로 옆이어서 어릴 때 부터 자주 봤던 곳인데(실제로 부모님께서 20살 무렵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영화에서는 세트로 되어 있더군요. 사실 사진으로 남은 모습이나 제가 아는 모습과는 좀 너무 많이 달라서 약간 깼다고 할까요. ^^ 아마도 교통 통제나 기타 문제 때문에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한양행 건물은 정말 오래된 건물로 튼튼하게 지어졌다는게 눈에 보이는 그런 건물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도 건물만 남아 사용되지 않았고, 이후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EQUILIBRIUM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대비를…..)

저 제목을 듣고 제가 맨 먼저 떠올린 건 화학적 평형, 열역학적 평형 따위 였습…(퍼억!)

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건 한국에서 상영되기 꽤나 전이었습니다. 지인들 사이에 ‘죽여주는 액션 영화’에 대한 얘기가 떠돌았고, 그 클립을 보게 된 거였죠.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의장을 척살(^^)하러 가는 존 프레스턴이 경비병들이 가득한 회랑에서 벌이는 총격전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보면서 머리에 가득한 생각은 ‘헉! 도대체 이거 무슨 영화지? 이런 걸 만들다니~~’ 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둠의 루트로 풀버전 파일을 보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되리라고는 별로 생각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라고 자신에게 속삭이며 말이죠.

영화의 스토리나 설정은 SF소설에서 정말 많이 듣고 보던 것입니다. 유토피아라고 시민들을 세뇌시키는 독재사회와 거기에 저항하는 자들. 특히 독재체제의 엘리트가 고뇌하다 결국 저항세력에 동참하게 되는 식의 이야기도 이곳 저곳에서 많이 보이던 거죠. 하지만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이런 스토리가 아니라 액션이고 이 영화의 장점 또한 액션이죠. 전체적 스토리 라인은 정말 ‘건실’합니다. 악한 세력의 주구로서 뛰던 주인공이 자아를 되찾고 체제를 부수고 희망이 있는 미래를 연다, 라는 지금에 와서 보면 참으로 평탄한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액션영화임을 생각하면 군살없이 간결하게 큰 줄기를 따라서 가는게 나쁘게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영화에서 ‘막판의 생각 못 한 반전’ 어쩌구하면서 괜히 스토리를 꼬아버렸다면 전 실망했을지도요. 이제와서 반전 다운 반전이란 건 솔직히 엄청나게 만들기 힘든 것이고, 그런 무리한 짓을 하다가 캐릭터고 스토리고 다 망쳐버린 영화를 보고 있는 건 참 참기 힘든 일이니까요. 이런 평범한 스토리를 깨끗하게 따라가는게 이 영화로서는 나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이라면 역시 클레릭 존 프레스턴이 벌이는 액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액션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클레릭들이 사용하는 가상의 전투기술 ‘Gun-Kata’죠. 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근접전에 있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건카타야 말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가장 머리를 쓰며 생각해내고 연출해 낸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액션은 정말 ‘뽀대’나게 잘 나왔구요. 여담이지만, 학교 친구들에게 이 영화가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건카타 때문이었죠. 검은 롱코트를 입고 존 프레스턴이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은 대부분 여타 영화에서처럼 대규모 폭발이나 그런 것을 위해 쓰여진 게 아니라 인간 배우들의 액션이 얼마나 멋지게 보이게 하느냐에 맞춰진 것들이었으니까요. 가끔 클레릭들의 복장 등 때문에 매트릭스를 베낀 게 아니냐 라고 하는 말들도 듣습니다만, 그렇게 따지면 매트릭스야 말로 온갖 미디어들의 재활용품이죠. 복장부터 각종 코드까지 거의 모든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G36은 정말 요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총기입니다. 하기야 그 외모가 근미래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니까 영화 제작자들이 좋아할 만하죠. (혹시 H&K의 홍보 담당자의 공작인가! ^^;) 그리고 M16계열들과 가난한 저항자들의 영원한 친구 AK시리즈도 익숙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권총은 베레타 M92FS를 개조한 거로군요. 역시나 뽀대나는 연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_^

개인적으로 액션 영화를 본 후 ‘액션밖에 볼 게 없군’이라거나 ‘액션은 좋지만 딴 건 영…’ 이라는 식의 평을 하는 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억지스런 설정이나 끼워맞춘 스토리, 미숙한 연출과 연기 등이야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겠습니다만 뭐라고 할까, 단지 액션이나 호러같은 장르 영화들의 경우 받아야 할 이상의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과연 액션 영화에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저는 이퀼리브리엄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액션영화라는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스토리 또한 그리 억지쓰지 않고 안정감있게 나가줬다는 게 좋다고 할까요. 저예산 때문이기도 했겠습니다만 스탭들이 노력한게 여실히 보이는 여러 액션신들이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장점이겠고, 그걸 남용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넣어서 임팩트를 준 점도 좋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대부분 촬영됐다는 리브리아의 분위기도 영화의 내용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으음, DVD를 사긴 사야 하는데 그렇잖아도 밀린 타이틀들이…… –;

NOT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