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COMICS

LUNO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토우메 케이씨의 가장 최근에 나온 단행본인데(양의 노래 완전판과 화집들을 제외하고), 이 책을 사게 된 게 또 우연이었습니다. 때는 2003년 봄….(….다큐멘터리가 아냐!) 뭔가 토우메씨의 새로운 단행본이 나왔나 아마존 재팬을 검색하다 발견했죠. 밑도 끝도 없이 제목과 표지만 보고 덜렁 사버렸습니다. 받아보니 하드커버더군요. 커버 그림이 그려진 종이의 재질도 우둘두툴한 스타일이고. (표현이 조악합니다. 흑흑)

네타를 피해서 내용, 이라기 보다 키워드들을 말해보면 특이능력, 형제, 복수, 미소녀와 소년의 만남과 이별… 정도일까요. ^^ 일단 토우메씨 작품들에 흐르는 분위기는 여전하군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지금까지 출판된 토우메씨의 작품들 중에선 처음으로 서양풍의 배경이라는 점입니다. 가상의 국가가 배경이긴 하지만, 처음 봤을 때 옛날의 미국이나 영국의 분위기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토우메씨가 미국 여행을 다녀온 뒤에 내놓은 작품이더군요. :-)

기본적으로 1권으로 완결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뒷쪽의 설정이나 예고를 보면 조연인 아르고스가 계속 등장하고 주연이 바뀌는 식으로 이어질 듯… 다만 단행본 나오는 속도가 느리고, 비정기 연재도 많은 토우메씨 특성상 과연 언제 나올지는. (토우메씨~ 제발 흑철 좀 그려줘요~ 그나마 예스터데이를 노래해줘는 제대로 연재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과연 라이센스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토우메씨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체크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NOT DiGITAL

FOR OUR FUTURE CHILDREN

제목 보시고 감을 잡으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BREAK AGE 이야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게임을 소재로 한 만화라는 점 때문에 보기 시작한 작품입니다만, 묘하게 끌어 당기는 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야기의 전개나 캐릭터 설정은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번역은 나중에는 그래도 좀 나아지지만 초반부는 한숨이 나올 정도였고요. 게다가 작중에 등장하는 데인져 플래닛이라는 게임이 저렇게 인기를 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가는 설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술이나 인프라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저런 매니악한 게임이 저렇게 폭넓은 인기를? ^^;

하지만 그럼에도 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마음에 듭니다. 그 유쾌한 세계가, 바보같이 앞으로 달려가고 게임에 몰입하는 소년, 소녀들이 마음에 든 걸까요. 어쩌면 저로선 성격상이든 사고방식 때문이든 불가능한 것들이기에 씨익 웃으며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저 자신은 게임업계완 별 관계없는 전공이고 그 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친구들 중에는 말 그대로 게임을 좋아하고 그 일이 좋아서 열심히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겹쳐 보여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책의 뒷머리에 써 있는 ‘FOR OUR FUTURE CHILDREN’이라는 문구에 끌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대중화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오히려 시장이 협소해지는 경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게임과 게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 현재로선 이 작품은 너무나 낙관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순진하기까지 하죠. 그러나 이런 낙관과 순진함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유쾌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NOT DiGITAL

PostScript.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의 OVA도 있었다고 하죠. 전설적인 존재(악평으로서 –;). 하도 악평이 심해서, 오히려 보고 싶은 생각마저 어느 정도 드는군요. ^^;

Hellsing

Hellsing은 처음에 보자마자 ‘오오~’ 하며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

헬싱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의 이름 아카도도 그렇고 한 눈에 ‘흡혈귀물이구나’하고 알게 해주는 친절한 태도. (친절한?) 게다가 그 그림 스타일. 사실상 히라노 코우타의 그림은 다른 그림 잘 그리는 여러 작가에 비하면 분명 떨어지는 그림이겠죠. 가끔 비례조차 안 맞는 경우도 보입니다.(작가 자신이 손가락 못 그린다고 장갑 끼운다는 소리마저 할 정도니.. ^^)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못 그리는 그림이 단점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히라노씨가 그것조차 장점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비례가 안 맞고 일그러진 그림이 오히려 작품과 어울려 훌륭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작가가 집착하는 수많은 안경도 이 ‘맛이 간’ 세계의 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헬싱을 보는 관점은 ‘종교관념이 희박한 일본의 밀리터리광인데다 2차 대전 무렵의 유럽 분위기를 동경하는 작가가 흡혈귀라는 코드를 차용해서 취향대로 그린 코믹 액션물’ 정도일까요?
그리고 등장하는 세력들은 모두 정의의 사도도, 그렇다고 악당들도 아닌 ‘광신자’들뿐. 주요 3세력 모두 그렇죠. 영국 국교회 기사단은 어용관변단체 겸 광신집단, 이스칼리오테는 말 그대로 신의 이름을 빌린 학살자들, 최후의 대대에 이르르면 아스트랄(…)입니다. ^^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싸움은 똑같은 놈들끼리 해야 재미가 있죠. 후후후. 게다가 이 맛이 간 세계에서는 어떤 집단의 어떤 구성원이라도 나름대로 멋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음. 허접한 악당 따위 요즘엔 흥행에 도움이 안 되요. (먼산)

아무튼 코믹스판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는 데 반해서 애니판은 개인적으로 영 실망이었기에… 언급을 피하죠. 뭐 이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할 수 있겠죠.

여담으로 5권 발매된 후 친한 친구 한 명과의 술자리에서 헬싱 얘기가 나왔을 때의 대화.

“이봐, XX(본인의 이름입니다.). 자네 5권 봤지?”
“응”
“마탄의 사수가 아카도에게 피 빨리는 장면 알지?”
“물론. 정말이지 에로틱의 극치인 장면이지.”
“오오, 네녀석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중위는 그 때가 제일 예뻤어. 처음 등장할 때는 남자 아닐까라고도 생각했는데 말이야.”
“OO형, 역시 뭘 아는군!”
“5권의 명장면이라니까~ 그 장면의 마탄의 사수가 최고다.”
“아아, 정말 그 때 중위는 빛나고 있었어.”(의미불명)

………당신들 뭔가 빗나가 있어. 당사자인 내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

NOT DiGITAL

헬싱 대사 패러디…

“우리는 그대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해군 9전단, 9전단의 서브마리너!”
“그렇다면 9전단이여, 그대들에게 묻나니 그대의 오른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트랙볼과 뉴메릭 패드외다!”
“그렇다면 9전단이여, 그대들에게 묻나니 그대의 왼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헤드폰과 함정식별표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9전단이여. 그대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신사이자 신사가 아니며 전사이자 전사가 아니며 책사이자 책사가 아니외다!”
“우리는 학살자, 학살자의 무리외다. 다만 엎드려 조국에 용서를 빌고 다만 숨어서 조국의 적을 쓰러뜨리는 자요, 어두운 심연에서 어뢰를 쏘아 적을 수장시키는 자외다.”
“우리는 서브마리너외다. 9전단의 서브마리너외다!”
“때가 오면 우리는 헤드폰을 쓰고 식별표를 읽어 적을 식별할 것이니, 그리고 우리는 잠수함을 타고 심연으로 내려가 전투위치에 정위치하고 정숙상태로 들어가 740만 5926톤 적 함대와 싸울 것을 소망하나니!”
“승리의 날까지!”

– 혁이가 –

P.S : 역시 개그대상 외의 대상에게 이걸 적용하면 한없이 무거워지니…

from WHITE DEATH(http://www.whitedeath.pe.kr)의 자유게시판, 윤민혁님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민혁님 말씀대로 무거워지는 기분도… 한국이 처해있는 지리적 상황과 정세 때문이겠죠.

그나저나 소좌의 연설에 이어 이 이스카리오테 기관의 대사도 한동안 꽤 많은 패러디가 나올 듯한 생각이 듭니다. ^^

NOT DiGITAL

강철의 연금술사 4권….

<네타바레...라고 할 수 있을지... 워낙 늦은 얘기라서요. 아무튼 있습니다.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라고 해놓고 당당히 써 놨었지만, Devilot님의 대형 지뢰(..)라는 충고를 받아들이고 또 저처럼 늦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렸습니다. 귀찮으시더라도 긁어 봐주시길…. ^_^

3권까지 보고 이제야 4권을 봤습니다. 요즘들어 만화책들 볼 때 간격이 점점 늘어나는 듯… –;

아무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오로지 한 가지.

애니판을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워낙 요새 애니메이션을 붙잡고 못 보는 성향이 강해져서 말이죠. 원래 애니메이션보다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고, 망설이는 중입니다. 으음.

NOT DiGITAL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만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유우키 마사미씨입니다. 그리고 유우키씨를 처음 접하게 해준 작품이 바로 패트레이버였죠. 원본으로 전권을 다 모았던 첫 만화이기도 하고, 지금도 좋아해서 틈나면 아무 권이나 집어들고 읽기도 하는 등 제게 있어선 일종의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패트레이버는 아시다시피 다양한 미디어로 진출한 작품입니다. 코믹스, 애니메이션, 각종 게임기, 소설 등등. 그리고 각각 고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세세한 설정들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죠. 극 전체의 분위기나 주제부터 메카닉이나 인간관계 설정등 까지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패트레이버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이 중 코믹스판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씨의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코믹스판의 경우도 이츠부치씨 등 헤드기어 멤버들이 모여 완성한 작품입니다만 다른 매체에 비해 작가의 입김이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우키씨 특유의 분위기를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코믹스판을 가장 좋아합니다. 뭐랄까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할까요. 사실 가장 먼저 접한 것이기도 하고, 대체로 기준이 되는 설정이니까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은 코믹스판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

패트레이버가 만화계에서 갖는 위치라고 본다면 전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리얼계 로봇물에 가까운 것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리얼계, 슈퍼계라는 용어에 대해선 논란이 많을 수 있을 겁니다. –; 여기선 일반적으로 받아 들이는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 단, 제가 건담을 슈퍼로봇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인지라…(먼산)) 레이버라는 기계의 각종 설정이나 움직임, 구동계 등을 보아도 이 점은 부인하기 힘들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패트레이버는 ‘로봇물’인가? 라는 점에서 저는 그렇다고 수긍하기도 힘듭니다. 제 생각에는 패트레이버에서 레이버가 아닌 그 무엇이 대신 나오더라도 얘기는 성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자동차, 헬기, 중장비… 무엇을 그 자리에 넣어도 패트레이버의 작중 세계는 깨지지 않고 성립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헤드기어의 작품 계획에서는 로봇경찰물 이라는 기본을 토대로 작품이 성립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로봇물이라고 보기엔 좀 곤란한게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성장 스토리인가 라고 하면 저 개인적으로선 그렇게 보기도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노아를 비롯한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 성장은 했다고 보입니다만 그 격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 작품의 주제가 인물의 성장 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니까요. 게다가 유우키 마사미씨의 특기 내지 작품의 성향은 드라마에 가깝다고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패트레이버를 지탱해 나가는 큰 축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를 담담히 비추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를 통한 비판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상 이 작품에서는 미스테리도 절대 악에 해당하는 악당도 없습니다. 스토리는 모든 집단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100% 공개된 상황에서 진행됩니다. 또한 작중 특차 2과의 가장 큰 대립집단이라고 할 만한 쉐프트 엔터프라이즈의 기획 7과 구성원들 또한 완벽한 악당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특차 2과의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특히 고토 키이치와 우츠미는 정신적 쌍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의 큰 줄기인 AV98 잉그램과 Type J-9 그리폰의 대결은 이야기의 소재는 될 지언정 주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은 작중에 등장하는 사회상, 인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설정 상에는 시대적 배경이 1998년경에서 2001년 경 입니다. 지금은 과거지만 연재될 당시에는 약 10년 정도 미래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레이버라는 기계가 돌아다니는 것만 제외한다면 80년대 말의 일본 모습 그대로입니다. 또한 당시 일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정관유착, 환경오염, 공장자동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불안, 외국인 노동자 문제,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 경제 호황이지만 이미 터지기 시작한 버블경제 등등… 결국 저는 80년대말 일본의 모습과 문제점들을 작가가 작품 속에서 특유의 화법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날카롭긴 하지만 요란스럽지 않은 분위기로 말입니다. 결국 담담히 세상을 보고 그 세상을 부드럽게 풍자하고 어떻게 보면 건조하게, 그러나 메마른 것이 아닌 따듯함으로 묘사하는 점이 바로 패트레이버가 갖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유우키씨가 잡지 연재 칼럼 중에 이런 얘기를 그린 적이 있습니다.

“요새 어떤 만화가 유행하는지 서점에 가 봤다. ‘소녀혁명 우테나’? 이건 어떤 거지? (잠시 보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유우키씨는 일본 애니메의 황금기라고 할만한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만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를 기점으로 구분지어지는 요즘의 만화나 애니를 보면 확실히 작가도 작품도 이전 세대입니다. 그러나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이거나 틀을 깨부수는 듯한 점은 없지만, 바로 그 전세대의 스토리 텔링 방식이 이 작품에서는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또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런 충격요법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또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NOT DiGITAL

WILDERNESS 윌더니스

개인적으로 소노다 겐이치와 더불어 일본 만화계에서 건액션의 양대 산맥이라고 생각하는 이토 아키히로의 작품입니다. 현재는 2권까지 발매되어 있습니다. 3권이 나올 때가 슬슬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말이죠…

이 작품에서도 그렇고, 이토 아키히로의 강점이라면 전 뭐니뭐니 해도 잘 짜여진 액션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정신없고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각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동선 등은 독자들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표현이 된다고 할까요. 연출력의 문제겠죠, 이런 것은. 이런 점에서 히로에 레이는 아직 소노다 겐이치나 이토 아키히로 급에는 못 미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기도 하고 말입니다. 1권의 광고 띠지에 쓰여있는 ‘총격전의 마에스트로’라는 말이 헛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전 이토 아키히로의 총격전과 액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게다가 이 양반, 취향이 워낙 매니악한거야 유명한 얘기죠. 지오브리더스에서 보여주는 매니악한 총기들의 등장이나 각종 패러디들, 닛카츠에 대한 애정, 그리고 특히 WILDERNESS에서 보이는 하드보일드에 대한 사랑 등등. 정말 독자를 가릴만한 요소란 요소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하긴 그런 것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의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을테지만요.

미국과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거대조직, 추적자와 쫓기는자, 음모, 배신 등등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 풍미입니다. 그래도 얇은 가면이라도 썼던 지오브리더스에 비하면 작가가 노골적으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죠. 특히 2권에서 보여주는 호리타의 과거사는 불타는 남자들을 위한 내용이라고 단언합니다. ^_^ 멍청한 탐정, 친구의 배신, 거대조직이 얽혀 들어가는, ‘중년의 하드한 참회’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 내용은 작가가 2권 권두에 썼듯이 십수년전에 모사에서 퇴짜맞은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이런 원고를 뻔뻔하게 가지고 갈 수 있었던 이토도 대단하달까요. (더구나 인기도 지명도도 지금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십수년전에…)

이 작품은 작가의 주특기인 액션, 특히 총격전과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연출과 스토리가 잘 어울려서 좋은 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도 낙천적인 지오브리더스와는 다른 가라앉은 느낌의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아주 즐겁게 보고 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 / NOT DiGITAL PostScript.
…..그나저나 정말 이토 아키히로의 작품은 출판사가 다양하군요. 이번엔 소학관, 다음에 과연 어디…. (먼산)

…..각종 영화에 등장하던 멕시코 경찰과는 다르게 훌륭한 이 만화의 멕시코 경관들. 덕분에 멕시코에는 경관의 시체들이 쌓여가고~ 룰루랄라~

PAPA TOLD ME

PAPA TOLD ME는 제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케이스에 들어가는 만화입니다. 처음에 호감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고, 재미있게 보다가 어느 시점부터 ‘뭔가 이상하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다가 결국 더 이상 구매 목록에 등록되지 않은 작품이니까요. 처음엔 단지 뭔가 마음에 걸리는 정도였지만, 점점 도저히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던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우가 참 드물었기 때문에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다른 사람 혹은 사회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걸로 보입니다. 오직 등장하는 것은 아주 친밀한 관계, 즉 부녀나 부부 정도의 관계에서 생기는 교류 뿐이죠. 그리고 그런 중에 작품에서 작가는 뚜렸하게 적과 동지를 구분합니다. 그 중 적으로 분류되는 종류의 사람들은 ‘쓸데없는 참견으로(혹은 관심으로) 귀찮게 하는 사람들’과 ‘쓸데없이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입니다.

치세는 치세와 아빠를 걱정하는(혹은 간섭하는) 친척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죠. 쿨하고 우아하게. ‘그냥 내버려둬, 관심꺼. 당신들에게 우리가 맞출 필요는 없잖아.’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철저한 개인주의의 극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제가 이 작품을 멀리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개인주의가 좀 더 널리 퍼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거니와 저 자신도 개인주의자이니까요. 제가 문제삼는 건 이 작품을 지탱하는 축이 개인주의라고 착각하기 쉬운 독선에 의해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치세를 통해 보이는 작가는 세상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또다른 나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개인주의의 가장 기본은 바로 ‘나와 다른 또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일텐데 말입니다.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사람도, 세상을 자신과 다르게 보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작가는 사회운동이나 세상을 삐뚤어지게(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적대적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묘사도 악의적이며 치세의 입장에서 비웃고 비꼬고 있지요. ‘잘난척’이나 하는 ‘위선자들’로 말입니다. 물론 이런 평가가 맞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일탈해 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될는지는… (하물며 일본에서)

이 작품에서 치세와 그에 같은 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변만의 폐쇄된 공간에서 철저한 외부와의 단절 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의 문제만을 생각하죠. 거기에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전혀 용납하지 못합니다.

글쎄요, 작가가 그리는 이상적인 삶이란게 뭘까요.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현실을 그것으로 한정시키고 살면서, 잠깐 생각나면 세상을 동정하듯 한 번 바라보고 사는 것? 그리고 늙은 후에는 여유롭게 정원에 앉아서 세상에 조용히 순응해서 살지 못했던 멍청이들을 비웃으며 차 한잔 마시는 것?

제가 너무 극단적으로 작품을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다가 남은 건 입안에 가득한 씁쓸한 맛입니다. 그리고 도무지 작가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결론, 이게 이 작품을 더 이상 보지 않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NOT DiGITAL

PostScript. 예전에 어딘가에서(하이텔 애니동으로 기억합니다만, 다시 검색해 봐도 글을 찾을 수 없군요.) 이 작품이 연재되는 잡지가 OL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잡지이고, 따라서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 내지 판타지적 작품이므로 이런 경향은 어쩔 수 없다 라는 요지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즉 남성향 섹슈얼 판타지와 동격이나 마찬가지… 라는 것이었는데, ‘아아, 그렇군’ 하고 납득은 했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고 도저히 계속해서 볼 수가 없더군요. 하아. -_-

黑鐵 흑철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를… ^^ –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토우메 케이씨를 처음으로 알게 된 작품입니다. 스토리는 평이하다면 평이합니다. 사실 주인공인 진테츠가 한번 죽었다가 다시 되살아났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리고 몸의 절반이 기계가 되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거기에 입을 대신하는 말하는 검(전생은 인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요. ^^

사실 인터넷 서점 등의 독자 리뷰등을 보면 저 설정 때문에 여러 비판을 많이 받더군요. 개인적으로 어차피 저 세계는 과거의 일본에 딱 맞는 세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 안쓰는 편입니다만… 그 이전에 전 저 주인공의 배경들 – 즉 죽었다 되살아난 점과 몸의 절반이 기계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말을 못한다는 점 – 이 작가가 이야기에서 갖는 주인공의 위치를 잡기 위해 만들어 낸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주인공 진테츠는 분명히 이 작품 모든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이고 그 해결점이 되곤 합니다만, 결국 어느 곳, 누구에게나 머무르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사건이나 인물에 굉장히 붙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눈에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둡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방랑하는 진테츠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과연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걸까요. ^^ 왜 마음에 들게 됐는가를 찾는다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긴 합니다만 굳이 꼽아 보자면 우선 그림을 들 수 있겠죠. 토우메 케이씨의 그림은 결코 깔끔한 그림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할까요. 미술을 공부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납득하게 됩니다. 게다가 표지나 컬러 일러스트 등을 보면 말 그대로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구별되면서도 멋지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다음에 스토리나 연출로 보자면 진테츠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 혹은 그가 지나가는 곳의 사람들이 얽힌 세상사가 주된 내용이겠군요. 범죄도, 거짓말도, 추함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있는 그런 세상입니다. 무균질이 아닌 적당히 냄새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는 게 재미있다고 할까요. 아니, 재미라기보다는 그 분위기나 좋다고 해야 할지도요. 연출은 정석을 착실히 밟는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약속의 전개’ 등도 간간히 보여서 재미있고, 무엇보다 호흡 조절이 제게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느껴집니다.

또한 빠질 수 없는게 진테츠입니다. 왜 진테츠라는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는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습니다만, 작중에서 보이는 그의 여러 선택들이나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할지, 동조하게 만든다고 할지 그런 느낌을 들게 하곤 합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진정한 열혈은 바로 너다’ 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 저 개인적으론 진테츠도, 그리고 그의 동반자 하가네마루도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일이 열거하는게 오히려 힘들군요. 어쩌면 전 이 작품의 모든 점이 한꺼번에 섞여서 풍기는 분위기, 혹은 냄새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변함없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조금은 우울하고 어두워보이는 곳입니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왜인지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우메 케이씨, 6권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아아아~~” (아니, 비정기 연재라고 듣기는 했지만… T_T)

NOT DiGITAL

PostScript.
그러고 보니 언젠가 지인에게 ‘자넨 혹시 쿠로가네를 미소녀 만화라고 생각하고 보는 거 아냐?’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네, 순간 전면 부정은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로 이야기마다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아가씨들이 나오니까요.(쿨럭) 하지만 정말 토우메 케이씨는 매력적인 여성을 잘 그려냅니다. 게다가 여성임에도 남자들이 불타오르는 걸 너무 잘 안다고, 아니 좋아한다고 할는지… ^^ 예전에 양의 노래 최종권의 인터뷰를 보다가 ‘당신 너무 남자의 로망을 잘 알잖아~’ 라며 기뻐했던 일이 있습니다. (먼산)

GUNSLINGER GIRL

(미약하나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소녀에게 주어진 것은 커다란 총과 작은 행복’

지금은 애니화도 되어 꽤 유명해진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처음 나와서 접했을 때는 그리 아는 사람도 없었고, 제가 알고 있던 정보라는 것도 BITTER SWEET FOOLS의 캐릭터 디자인을 한 아이다 유 의 전격대왕 연재작이라는 것, 그리고 표지 그림 뿐이었습니다.(애니판은 1화를 잠깐 본 게 전부여서 이 글은 오로지 코믹스판에 대해 쓴 것입니다.)

하얀 바탕에, 하얀 옷을 입고, 카츄샤를 머리에 한 소녀가 누워있는 상반신, 옆에는 바이올린과 열려있는 케이스, 그리고 소녀 위에 놓인 SIG&SAUER P239 한자루와 탄창….

음…역시 소녀와 총이 나와버리면 무턱대고 손이 가버리는 습성때문에 무턱대고 사버린 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릇된’ 소비행태의 전형적인 사례였군요. (먼산) 그러나 후회는 커녕 만족스러운 작품이어서 역시 인생은 도박이다 라는 말을 실감했습…(뭔가 틀려!)

배경은 이탈리아. 주인공들이 속한 기관은 사회복지공사. 장애인의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 라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테러집단, 과격단체, 범죄집단에 대해, 혹은 정치적 이유에서의 더러운 일, 즉 살인을 하기 위한 기관입니다. 이 기관의 2과는 ‘의체’와 ‘의체담당관’의 2명이 기본적인 팀을 이룹니다. ‘의체’는 몸의 일부분 혹은 대부분을 인공기관으로 바꾸고 약물에 의해 세뇌를 받은 소녀들을 가리킵니다. 대상이 되는 소녀들은 ‘가족이 전부 살해당하고 그 시체들 사이에서 밤새 폭행을 당해 한쪽 눈, 한쪽 팔, 한쪽 다리가 없어지고 자살을 원하는 소녀’라든지 ‘전신 마비로 가족들에게 버림받은지 몇년째 되어가는 소녀’ 같은 부류 등등….

이 만화는 바로 그 소녀들과 그녀들의 담당관의 이야기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든 만화입니다. 사실 반쯤은 ‘미소녀와 총으로 울궈먹는 그렇고 그런’ 만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기우였지요.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녀들도 나오고 총기류도 마이너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다양하게 등장해서 꽤 재미를 주니까요. 게다가 총을 든 소녀 라는 건 참 여러군데서 많이도 쓰였지만 여전히 눈길을 끄는 소재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이 만화는 상당히 많은 클리셰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클리셰를 잘 이용해 냈다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리셰라는 것이 사실 잘 먹혀들어갔던 것이나 되는 것이니 만치 적절하게 쓰이면 무섭죠. ^^

결과적으로 이 만화는 작품 전체적으로 깔린 착 가라앉은 블루톤과 회색이 섞인 우울함과 거기에 섞여있는 어느 정도의 신파적인 분위기(좋은 의미에서)가 잘 혼합되서 좋은 맛을 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1권의 경우 마지막 챕터의 닿을 수 없는(이룰 수 없는, 이 아니라) 사랑을 구하다 자신의 담당관을 죽이고 자살을 하는 엘자의 에피소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한 전개였지만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리코나 트리에라의 에피소드등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전개들이어서 좋았습니다. 2권에 와서도 애절함(?)과 멜랑콜리한 느낌의 첫 에피소드인 크라에스의 ‘A kitchen garden’과 마지막 에피소드 안젤리카의 ‘파스타 나라의 왕자님’을 주축으로 아이러니컬한 ‘Ice cream in the spanish open space’, 작은 안식이라는 분위기의 ‘환희의 노래’, 1권에서 트리에라의 에피소드와 일맥상통하는 리코의 ‘How Beautiful my Florence is!’ 등등 전체적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격대왕 연재작이라는 것 때문에 했던 걱정(?)을 날려 준 것도 고마운 일이었고요. ^^ 과연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이후로 작가는 어떤 식의 결말을 향해 갈지가 흥분된 기다림이 아닌 심장의 작지만 확실한 두근거림처럼 기다려진다고 할까요.(뭔가 말이 안되고 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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