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삿포로, 오타루) 여행 2-1, 비…雨…rain…

전날 비를 맞으며 도착해서 ‘내가 처음 여행가는 곳은 왜 전부 비나 태풍이냐’ 라고 생각했는데, 밤에 날씨를 체크해보니 계속 비라는 예보가 나왔었습니다. -ㅅ-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역시나 비가 내리고 있네요. 그나마 폭우 수준은 아니라는게 다행이었죠.

어쨌거나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습니다. 양식과 일식이 믹스된 뷔페인데 각 요리마다 재료가 생산된 농장과 제조자의 이름, 사진이 붙은 팻말이 서 있네요. 아침에는 주로 빵이나 양식 쪽을 먹는지라 그쪽 메뉴들을 조금씩 담아서 식사 시작했는데… 오호, 상당히 맛있네요. 사실 조식 포함해서 예약하면서 별 기대 안하고 다른데서 아침먹기 힘들 일이 있을 걸 대비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조식 포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의 안하거나 조금만 먹는 제가 다시 한 번 가져다 먹었을 정도.

테이블의 올려져 있는 팜플렛을 보니 조식에 제공하는 계란에 상당한 자신이 있어보이네요. 조리장이 추전하는 타마고항 레시피도 올려져 있을 정도. 음, 그렇다면 다음 날은 타마고항+일식 메뉴 쪽으로 먹어보자고 생각하며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결심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T_T

방에 돌아와서 TV보며 잠시 휴식취하고 간단히 다시 일정 체크. 되도록 일찍 나가서 오타루를 돌아보다가 예약한 이세즈시에서 점심먹고 이후는 그 때 생각하기로. 밖을 보니 좀 흐리긴 했지만 일단 비는 그친 상태.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서 삿포로역에. 삿포로-오타루 웰컴 패스는 신치토세 공항의 JR 관광 안내소나 삿포로역 JR 관광안내소 등에서만 외국인 대상으로 판매하죠. 삿포로-오타루 왕복 패스에 삿포로 지하철 하루 이용권이 세트여서 관광객들에겐 상당히 유용한 물건. 패스 구입하고 원래는 사토수산에서 오니기리를 살까 했는데, 시간 상 패스. 패스는 물론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인데 오전에 오타루쪽으로 가는 열차다보니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방학중이지만 이런저런 일로 학교에 가는지 학생들도 각 역 플랫폼마다 꽤 보이네요. 사람이 많다보니 앉지는 못했지만 삿포로와 오타루 사이가 그리 먼 거리는 아닌지라 괜찮았네요.

오타루 역에 도착하니 플랫폼에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리는군요. 어떤 철덕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부인과 애를 데리고 와서 열심히 기차를 촬영중. 부인이 자상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역사를 나오니까 크지 않은 규모에 비해 도로나 역 구내 진입로 등은 상당히 넓네요. 사실 역에서 나와서 제일 놀란 건 일본에서 보기 힘든 버거킹이 역사 바로 옆에 상당히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패스트푸드는 되도록 안 먹는다는 생각이었기에 패스하고 길을 건넜습니다.

항만과 운하가 있는 쪽은 길을 건너 쭉 걷기만 하면 되기에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어째 심상치 않네요. 계속 흐리기도 하거니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대로변에 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다들 관광객이겠죠. 보니까 중국이나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꽤 되는 듯. 물론 일본 국내 관광객들이 가장 많아 보였습니다만…

길을 걷다 보니 폐선된 듯한 선로가 보입니다.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여기저기 오래된 건물들이 보이네요. 오타루는 청어잡이로 번창했던 도시라 그 당시로선 꽤 화려하고 큰 건물들이 지어졌고, 그게 상당수 남아 있지요. 기념물로 지정된 건물들도 용도를 바꿔서 현재도 사용중인게 많습니다. 그런 건물들을 구경하고 촬영하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걸으니 금방 오타루 관광안내소가 보이고, 그 너머로 운하가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금새 그치거나 약해졌다가는 다시 조금씩 내리는데, 슬슬 불안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운하 사진을 몇 장 촬영…

오타루의 운하는 대체로 누가 사진을 찍어도 비슷한 구도, 비슷한 장소가 되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운하가 그리 큰 규모로 남아 있는게 아니거든요. 운하 옆을 걷는 건 좀 미뤄두고 바로 근처에 항구가 있어서 그쪽으로 잠시 걸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항구 근처에는 사람도 거의 없고 작은 배 몇척과 해상보안청 배들이 정박해 있는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거죠. 그것도 지금까지의 약한 비가 아니라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근처 편의점이 있는 건물 처마 밑에서 잠시 피하고 있는데 금새 그칠 것 같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오타루든 삿포로든 오늘 이동하려면 우산이 필요할 것 같기에 편의점에 물어보니 없다고 합니다. 그 때 눈에 보인 게 네거리 건너편의 오타루 관광안내소. 꽤 큰 규모에 카페 등도 겸하는 시설인지라 우산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방으로 되도록 카메라를 가리면서 서둘러 이동.

안내문을 보니까  우산 대여 서비스도 하는 모양인데, 여행 내내 필요할 것 같아서 500엔 짜리 비닐 우산을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비닐우산이라고는 해도 투명하게 비치는 비닐 재질일 뿐 일반적인 우산과 다르진 않더군요. 전날 호텔에서 빌려준 우산도 이런 것이었죠. 문제는 비가 오는 날씨라는 것과 우산을 들고 움직인다는 게 관광에는 참 안 좋은 상황이라는 거. 일단 천천히 걸으면서 마을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찍긴 했는데, 나중엔 사진은 포기하게 되더군요. 이후 비가 조금씩 잦아들긴 했는데 오락가락 하는지라…

천천히 크게 우회해서 유리 공방이나 유리 세공 가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이때도 비는 계속 오락가락. 일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봐둔 가게들이 보여서 안에 들어가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미엘을 유리 세공으로 만든 곳도 있었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에바팬이라면 갖고 싶을 듯도… 그렇게 가게들을 돌아보는데 발이 좀 아파오네요. 운동화가 집에서도 신던 거긴 하지만 상당히 타이트한데다 많이 걸었으니 마찰 때문에 물집이 잡히나 싶더군요. 그래도 운동화라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우산이랑 카메라에 좀 신경쓰다가 물웅덩이에 오른쪽 발을 그대로 담그고 말았습니다. 이것으로 완전히 전의 상실. 좀 이르긴 하지만 점심 예약한 이세즈시 쪽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죠.

이세즈시는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과는 좀 동떨어진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기에 구글맵을 보며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오래된 석조 건물들 사진도 좀 찍고… 이 때는 비가 많이 약해졌지만 우산이 필요없을 정도는 또 아니고… 아무튼 날씨가 참 안 도와주는 날이었죠. 낮인데다 날씨가 안좋아서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돌아봤습니다. 얼핏 보면 한국 주택가 풍경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또 다른게 일본이죠.

그러다 이세즈시에 도착. 예약한 시간보다는 한 20분 이르게 도착해서 어쩔까 하다가 일단 들어가 보기로 결정하는데, 막 젊은 가게 종업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가 절 보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예약 이야기를 하고 좀 이르게 도착했다고 하니까 안으로 안내해주네요.

카운터석에 안내를 받아 앉으니까 사장 겸 주방장님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메뉴는 그날의 재료 중 추천할 만한 걸 쥐어주는 오마카세(5000엔)로 결정하고 음료도 주문해 봅니다. 마침 옆자리에도 같은 시간에 예약했던 손님들이 있었는지 준비를 하는데, 의자 하나를 빼더군요.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휠체어가 들어올 자리던 듯. 지긋한 나이의 남자분과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몸이 불편한 남자분 두 분이 자리합니다. 부자지간인 듯 싶고 여행중으로 이곳에도 몇 번 왔던 듯 하더군요.

이렇게되니까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옆의 여행객분들과도 말을 트게 되고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깜짝 놀라더군요. 아무리봐도 일본사람인 줄 알았다고… 립서비스가 섞여 있겠지만 일단 여행 중에 의사소통으로 불편한 건 없었으니 일상 회화는 괜찮은 수준인가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 이런 저런 이야기, 한국 명동에 갔었다는 이야기 등등을 하다가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꼭 먹어볼만한 걸로 추천하는게 사장님과 옆자리 손님 둘 다 징기스칸과 라멘. 확실히 대표적인 음식이기에 저도 먹어보려고 한 것들이죠. 저도 끼어들어 각종 음식 이야기나 주변 낚시 포인트에 여행 이야기 등이 오가고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초밥 이야기가 나오다 캘리포니아 롤이나 영국의 초밥 이야기로 번지는 등등…

그리고 차례로 나오는 스시를 맛보는데 확실히 맛있습니다. 선도도 훌륭하거니와 여러모로 오타루에서 손꼽히는 스시집이라는 게 납득이 가더군요.

그 와중에 가게에 온 한국분들 중 문씨는 처음이라고 희귀한 성씨가 아니냐고 묻는 사장님. “역시 이씨나 김씨, 박씨가 많죠?” “맞아요. 오신 분들은 다들 김상, 이상, 박상…” 그리고 영문으로는 달라도 같은 성씨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오가다가, 지인이 소개해준 덕에 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하니 사장님이 외국인 중에선 한국분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다들 블로그를 보고 왔다고 그런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까날님 블로그인 듯.(먼산) 역시 일본 손님들이 대다수지만 외국 손님들에선 유럽이나 미국 쪽은 역시 적은 편이고 아시아쪽이 많은데, 한국이나 대만/중국 쪽이 많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요즘 들어 동남아쪽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역시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게 스시집의 카운터 석의 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옆자리 손님들 포함해서 대화하며 즐거운 식사였죠. 일단 메뉴는 다 나왔지만 한국에서 찾아왔다고 옆자리 포함해서 서비스로 마끼를 내주시네요. 옆자리 손님들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서로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저도 차를 좀 더 마시다가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죠. 처음엔 좀 딱딱한 인상이었지만 대화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던 사장님이 가게 밖까지 나와 배웅해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작지만 가게 분위기와 서비스가 산뜻하고 스시 상태도 최고라서 추천할 만한 곳이었습니다. 가격대도 충분히 납득할 만 했고요. 다만 가시려면 저처럼 미리 예약해두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가게가 크지 않기도 하고 상당히 인기있는 곳이라…

기분좋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관광객들이 많은 곳과는 좀 떨어진 오타루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 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오타루 역 가까이 도착. 비는 거의 그쳐가지만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태. 좀 아쉽지만 일단 숙소에 돌아가서 발 상태도 좀 보고 비에 젖은 몸을 씻은 후에 삿포로 시내를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지정석을 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 시간에 삿포로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사람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과 왕복 패스가 아까워서 그냥 일반석으로 가기로 했지요. 그리고 마침 열차 시간이 가까워 플랫폼으로 나가서 열차에 탑승하니 예상이 적중해 바닷가를 면한 쪽 창가에 편히 앉아 올 수 있엇습니다.

여행 이틀째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죠.

NOT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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