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삿포로, 오타루) 여행 1, 첫날…

일본으로 가는 여정은 아시아나 OZ122(기종은 B767-300)를 통해서 나고야까지, 그리고 나고야에서 ANA의 NH711(역시 B767-300)을 통해 신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것인데, 무려 나고야에서 4시간 정도 텀이 생겨 버리는 일정입니다. 그래도 환승으로 가는 것 중에선 이게 나은 축에 속하는 것이었죠.

OZ122 출발 시간이 09:00다 보니까 새벽에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러 갈 수 밖에 없었죠. 아버지께서 공항버스 출발점까지 데려다 주신 덕에 졸린 눈을 비비며 05:45분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버스에 무사히 탑승. 날씨가 영 안 좋네요.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안개와 구름도 잔뜩. 비행에는 영향이 없지 않을듯 하긴 했는데, 그래도 약간은 걱정되더군요.

공항에 도착하니 7시 정도. 출발까지 2시간 여유를 두고 도착한 셈인데, 나중에 보면 결과적으로 이게 정답이었습니다. 우선 인터넷으로 환전해둔 돈을 찾기 위해 은행 창구 탐색. 돈도 무사히 찾고 탑승 수속을 위해 전자항공권 및 여정안내서를 들고 아시아나 데스크로.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만약 트래블 클래스였으면 여기서도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 티켓은 비즈니스. 한산한 비즈니스 데스크로 가서 바로 탑승 수속 및 수화물을 맡기고 출국 심사대로 갔는데…. 역시 휴가철. 각 출국 심사대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더군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유명 골퍼인 듯한 사람과 사진기자들 구경도 하고….

출국 수속을 마치고 보니 남은 시간은 한 40분 정도? 이미 좀 지친 상태라 면세점 구경 같은 건 제쳐두고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를 찾아갔습니다. 현수막을 보니 새 라운지를 공사중인 것 같던데 그래서인지 먹을 거리는 좀 부실한 편이었네요. 어차피 마실 거나 좀 마실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지만요.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 시간이 다 되서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장거리 비행을 할 일도 별로 없었기에 트래블 클래스(이코노미)만 계속 타다가 이번에 비지니스를 타봤는데, 이거 버릇될 것 같은 느낌이….;; 일단 탑승하는 것도 빠르고 편한데다 좌석의 넓이와 안락함이 비교가 안 되네요.(먼산) 거기에 추가되는 각종 서비스들도 좋고요.

나고야에 가는 비행기라서 그런지 좌석은 상당히 남는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도 그렇고 트래블 클래스도 상당 부분은 빈좌석이었던 듯…

평소엔 기내식은 먹는 둥 마는둥 하지만 이번엔 새벽부터 굶었던지라 반가웠네요.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었는데, 제가 고른 메인은 해산물이 들어간 크림 크레페. 샐러드라든가 따뜻한 빵과 후식들이 곁들여지고 와인은 화이트로 부탁했습니다. 먹어보니 맛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배가 고팠던 제게는 정말 도움이 되었죠. :-)

식후에는 샴페인을 부탁해서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행 초반에는 역시 잠이 잘 안오네요. 기상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 출발 직후에 좀 흔들림등이 있는 편이었지만 별 일 없이 무사히 츄부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나고야에 도착해보니 정말 쾌청한 날씨더군요. 너무 날씨가 좋아서 터미널이 더울 정도로…(…) 일단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은 후에 먼저 ANA로 환승 수속부터 서둘러 마쳤습니다. 이후에 터미널에 좀 앉아 있었는데 보니까 제주 항공 비행기가 보이더군요. 호오, 나고야에 취항한 건가…. 이러고 있다가 덥기도 하고 뭔가 마실 게 있나 보니 제2센트레아 빌딩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연결 통로를 통해서 이동. 아이스 라떼 하나 시켜놓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냈습니다. 트랜스퍼는 이게 안 좋단 말이죠. 그나마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맞은편 통로나 지상으로 이동하던 승무원분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그건 그렇고 예상했지만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되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요. 뭐, 트위터나 게임을 했으니 그런 것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이나 기타 검색 등 많이 하실텐데 왠만하면 보조 전원들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 전 두개 정도 가지고 갔는데 삿포로, 오타루는 워낙 짧게 다니면서 호텔에서 충전하곤 했지만 장거리 이동할 때는 도움이 되더군요.

이후 신치토세행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서 이동. 역시 기종은 767-300이고 승객은 굉장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자리도 남아돌아서 앞쪽에 다 채워 앉은 것도 아닌데 뒷쪽 캐빈은 다 빈자리일 정도. 하지만 눈축제 기간이었다면 헬게이트였겠죠.(먼산)

새벽에 출발했지만 오후 4시 30분이 지나서야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트랜스퍼의 위력.;;; 착륙하면서 날씨를 보니 흐렸네요. 츄부 공항의 맑은 날씨가 꿈같을 지경입니다. 거리가 있으니 날씨가 다른 게 당연합니다만… 덕분에 공항에 진입하는 도중에 비행기가 몇 번 흔들렸습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역사 지하에 위치한 신치토세 공항 역으로 이동. 따로 역사가 있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공항 지하에 직결되어 있어 편리하긴 합니다. 쾌속인 에어포트 열차표를 구입하면서 300엔 추가해서 지정석인 u시트로. 300엔 아끼느니 편하게 가는 게 낫죠.

JR 홋카이도는 지금도 차장이 검표를 하는 듯 나이 지긋한 승무원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검표를 하시더군요. 앞사람 좌석 뒷쪽에 티켓 홀더가 있어서 그곳에 티켓을 꽂아두면 지나가면서 확인해보는 식.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는데 착륙하며 비행기에서 잠시 보인 풍경도 그랬지만 정말 땅은 많다, 라는 느낌이네요. 드넓은 평지에 숲과 마을, 소도시, 농업용지등이 드문드문 위치한다는 느낌. 대도시가 아니라는 점도 있겠지만 마을도 집도 대체로 일본 치고는 용지 사용이 꽤 느슨하다는 느낌도 들고, 건물들 형태도 그런 점이 보인달까요. 주택은 대체로 1~2층 내외로 삼각 지붕이나 평평한 지붕 형태. 여행하면서 계속 느낀 거지만 홋카이도의 주택은 외벽에 지붕과 연결된 고정식 사다리가 설치된 곳이 굉장히 많더군요. 지상까지 내려오지는 않고 대체로 집 높이의 중간 정도까지. 보수용인가 싶기도 한데….

주택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큰 건물 자체가 드무네요. 큰 건물들은 대체로 거의 다 공공건물들. 높이도 그리 높지는 않아요. 가끔 커다란 공업/농업용 건물들도 있지만 정말 드물고요. 아, 쇼핑센터나 이런 류는 크긴 하더군요. 그리고 이것 역시 횡보다는 종으로 넓다는 느낌. 그 와중에 왠지 굉장히 낡고 커다란 건물을 보게 됐는데 벽에 붙어있던 현수막이나 입간판 등을 보면 자위대 관련 건물이었던 듯…. 자위대의 눈물겨운 사정은 여전한 듯.(먼산)

삿포로 역에 도착해서 잠시 이후 일정을 생각해보다가 역시 호텔에 체크인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왔습니다. 삿포로 역 주변은 대도시인 삿포로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데, 뭐랄까 서울이나 오사카, 도쿄같은 느낌과는 다르더군요. 아니, 저 세곳은 인구 자체가 급이 다른 곳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인구 200만의 대도시 치고는 굉장히 널널하다는 느낌이네요. 훤히 잘 보이는 하늘이 그런 느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호텔 가는 길에서도 죽 느낀 거지만 대도시의 용지 사용이라기보다는 한적한 시골 도시의 그것에 가깝다고 느껴진달까.

사실 호텔까지 택시나 버스를 탈까 했는데 처음이니까 지리도 좀 봐두자는 생각에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해외에 나오면 유능해지는 구글 선생의 도보 네비게이션 기능이 큰 도움이 됐죠. 도보 경로로 1.2km니까 가벼운 산책하기엔 괜찮은 거리긴 한데, 트렁크를 끌고 옆에는 커다란 메신저 백을 멘 상태에선 약간 힘겨운 느낌도.

거리 구경을 하며 천천히 걷고 있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네요. 점점 구름이 많아지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기세입니다. 속도를 좀 올리니 온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습한 공기 때문에 땀이 나는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그렇게 많이 내린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비는 참 그렇죠. 비를 맞으며 호텔에 도착한 후 카운터에서 체크인. 제대로 예약이 되어 있네요. 숙박계를 작성하여 제출하니 직원이 외국에 주소가 있으신 분이시냐고 묻는군요. 그렇다고 하니까 여권을 복사해서 보관해야 하니 좀 보여달라고… 어쩐지 왜 여권 보자는 이야기를 안 하나했는데, 아무래도 일본쪽 사이트를 통한 직접 예약이었고 일본어를 쓰니까 외국에서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듯.;;

열쇠와 다음날 조식 식권 등을 받아서 방으로. 첫 인상은 상당히 괜찮네요. 일단 넓이가 마음에 듭니다. 상당히 큰 크기의 침대에 소파와 테이블 등도 따로 구비되어 있군요. 욕실도 세면장 겸 화장실이 따로 있고, 안쪽에는 샤워 공간과 베스 터브가 각각 있습니다. 총 면적이 29.3제곱미터니까 혼자 쓰기엔 충분히 넓은 공간이죠.

일단 짐을 간단히 풀고 각종 충전기기 세팅하고 무선 기기들 와이파이 설정을 마친 후에 오타루의 이세즈시에 예약 전화. 예약 안하면 요즘은 식사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이곳만큼은 예약을 하기로 한 거죠. 무사히 예약을 마치고 땀과 비에 젖은 몸을 간단히 씻었습니다.

이미 저녁 7시 무렵인지라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도 오고 피곤하니 그냥 호텔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짧은 일정이니 일단 나가기로 했지요. 목적지는 수프 커리 가게인 이에로(yellow). 밖을 보니 역시 비가 내리고 있어서 호텔에 문의했더니 우산을 빌려주는군요.

도보로 가면 약 1.2km 정도로 15분 걸리는 거리라 슬슬 거리도 볼 겸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대중교통 쓰기 애매하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버스도 지하철도 말이죠. 저녁 5~6시만 지나면 정말 인적조차 드물어지는게 일본 거리죠. 게다가 비도 오고 있으니… 그래도 큰 길 쪽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좀 있긴 합니다. 소세이가와토오리 쪽에 나오니까 바로 삿포로 TV 타워가 보이네요.

저 위에서 보는 야경이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저녁 식사가 우선이니 패스. 소세이가와토오리를 쭉 따라가니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네요. 가게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구글 선생.

가게에 들어가 카운터에 앉아서 메뉴를 보며 뭘 먹을까 약간 고민했습니다만, 역시 기본인 치킨 야채 커리를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주문. 물 마시며 기다리고 있자니 옆에 짧은 머리의 샐러리맨이 들어와 앉는군요. 역시 주문은 같은 치킨 야채 커리. ^^ 좀 기다리니 수프 커리와 밥이 등장. 밥은 향신료를 넣어 지었는지 노랗게 물이 들었네요. 우선 스푼으로 한 수저 먹어보니 입안에 퍼지는 맛이 괜찮습니다. 사실 전 음식 사진 찍는 취미가 없지만 일단은 여행 첫 식사니까 폰으로 한 장 찍어봤습니다. 먹던 도중에 말이죠.;;

그리고 다시 열심히 먹기 시작. 이거 괜찮네요. 입안에 퍼지는 향신료 향이 입맛을 돋우어줍니다. 그리고 야채가 맛있어요. 전 기본적으로 고기를 선호하는 쪽인데, 그런 제가 먹어도 야채가 맛있더군요. 브로콜리, 호박, 오크라, 감자, 당근, 피망, 연근, 가지 등이 들어있는데 하나같이 괜찮았단 말이죠. 계란과 닭다리도 들어있는데 닭고기는 아주 잘 익어서 그냥 젓가락으로도 부드럽게 발라지네요. 나이프는 거의 야채들을 먹기 좋게 자르는데만 사용했습니다.

옆자리의 샐러리맨 아저씨와 나란히 앉아 연신 냅킨으로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먹었네요. :-) 밥은 보통으로 시켰는데 처음 보면 양이 좀 적어 보이지만 스프 커리 국물과 야채, 닭고기 양이 상당한지라 제게는 충분히 배가 불렀습니다. 매운 정도는 보통으로 했는데 좀 더 올렸어도 좋았지 않을까 싶었고요.

적당히 배부르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네요. 마침 가까운 곳에 바라펭귄도우가 있으니 그곳에서 술을 곁들인 파르페를 먹기로 결정. 와인이나 위스키, 리큐르 등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그런 가게죠. 바로 근처라 이동해보는데…. 이런, 문에 준비중이라는 표찰이 붙어 있습니다. 영업 시작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으니 아무래도 이 날은 휴업인 모양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호텔 방면으로 이동 개시.

중간중간 보이는 술집들이 마음을 끌긴 하는데, 호텔의 짐 정리나 내일 계획 세우는 게 아무래도 걸려서 돌아가기로. 가는 길에 편의점이 보여서 들어갔습니다. 이 광활한 넓이의 편의점은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 거기서 에비스 두 캔과 치즈 등을 구입했습니다. 덤으로 웹머니도.

돌아와서는 샤워 후에 욕조에 물을 받아서 푹 잠겨 있었지요. 이후 맥주와 치즈를 먹으며 TV와 타블렛을 만지작 거리며 휴식. 사실 여행 내내 바로 이 저녁~밤 시간이 가장 좋았던 것도 같습니다. 룸에는 크기가 다른 글래스들과 아이스 버킷, 스터, 코크스크류, 오프너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다른 술을 마셔도 좋았을 듯 합니다. 사실 와인샵이나 주류 판매점을 지날 때마다 한 병살까 싶긴 했는데…

뉴스를 보니 도쿄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린 모양이더군요. 물난리가 난 곳들도 있고… 트위터를 보니 원페 가셨다 고생하신 분도 계시고.;; 이렇게 여행 첫째날은 끝나갔습니다.

NOT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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