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봤습니다.

야간 당직이 끝나는 날이었기에 마찬가지로 야간 당직 후 휴식 기간이었던 안모군과 영등포 CGV에서 보고 왔습니다. 전 퇴근 길 버스에서 1시간 정도 잔 거 외에는 한숨도 안 잤습니다만, 생각보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네요.

일단 영화 얘기 전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대한 감상.

‘총질하기 딱 좋은 곳이네’
‘레인보우 식스 베가스 맵 보는 거 같아’
‘데드 라이징 2에도 잘 어울리겠는걸’

……….이상.

아래는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을 두서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 자체는 쉽게 뭐라 말하기 힘든 느낌이 꽤 있어서 단순히 머리에 1차적으로 떠오른 것들에 대해서… 나중에 차분히 몇 번 더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싫으신 분은 조심을….


일단 영화 자체는 제목부터가 노골적으로 보여 주듯이 남아공의 과거 인종 정책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인간이 같은 인간을 권력과 욕망의 구현 수단으로 보게 됐을 때 어느 곳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랄까요. 약간 구멍이 있다손쳐도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전개를 잘 풀어갔기 때문에 끝까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외계인을 가리키는 프론이라는 속어의 어원인 파크타운 프론이라는 곤충은 확실히 흠좀무. 실제로 저런 걸 보면 저도 꺼려하겠습니다.

3천만 달러라는 제작비에 비해 굉장히 잘 뽑혀 나왔다는 느낌입니다. CG도 위화감 없이 잘 구현됐고요. 역시 로케이션지가 요하네스버그라는 점과 배우들의 개런티가 말 그대로 바닥 수준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프론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는게 아닌가, 라는 의견들도 있는 듯 합니다만… 글쎄요. 그들의 처한 상황을 보면 그런 상황을 뒤집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이건 인류의 역사만 봐도 말이죠. 더해서 이미 규모는 몰라도 폭동이 산발했었다는 묘사 역시 나오고…(물론 이것의 진위는 불투명합니다만)
그리고 작중 묘사로 본다면 프론들은 일종의 군집성 곤충들같은 (역할에 따른)계급적 사회로 지도층이 일시에 사라질 경우 그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설정이라고 전 생각했기에 말입니다.

공간적 배경이 남아공이기에 평소 영화에 잘 등장하지 않는 장비들이 보여서 나름 즐거웠네요. CR-21 돌격소총이라든가, 대지뢰 방폭에 역점을 둔 특유의 장갑차들이라든가 말이죠. 그 외에 외계/인류할 것 없이 개인 장비나 차량, 기계류, 배경 등의 디자인이나 미술이 마음에 들었기에 아트웍이나 설정집 등이 나오면 구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지리아인들에 대한 묘사는 남아공에서 그들에 대한 일반적 시각을 보면 뭐… 인도네시아에서의 인식도 막장이고….-ㅅ-

식인을 함으로서 그 대상의 능력을 이어받는 다는 류의 민속신앙은 이미 책을 통해서 이곳저곳에서 자주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쉽게 납득했습니다만, 이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 듯…

작중에서 비커스를 보면 이름도 그렇고 Afrikaner식 발음을 하는 듯 하고, 그 외 MNU측 인물들이나 나이지리아인들이 모두 다른 식의 영어를 하는데 이것 역시 캐릭터의 위치와 성격을 내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겠죠.

아무튼 헐리우드식 엄친아/흠좀무 형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나 등장인물들이 꽤 상식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군요.

액션신의 경우 폭발(…)을 너무 남발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충분히 잘 뽑아냈다고 봅니다. 너무 남발하지도 않고, 보여줘야 할 부분에 제대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총격전의 연출도 좋았거니와 2족 보행 병기의 전투신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차별, 인권, 강제퇴거, 외국인 혐오, 기업 및 민영화 등 현재 사회의 문제점들을 적당히 상기시키면서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 평론가와 관객들 양쪽 모두 나름대로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아닐런지.

아무튼 블루레이 나오면 사 줍니다. :-)

NOT DiGITAL

PS. 숨은 주제는 ‘이공계를 우대하고 보호하자'(….야)

“디스트릭트 9 봤습니다.”에 대한 8개의 생각

  1. 다음주에나 볼수 있을것 같네요.
    이공계는 연약한 생물입니다. 아끼고 보호해 줄때만이 제대로 자라납니다.

    1. 그러고보면 일본의 경우 대체로 서양 영화나 게임들의 개봉, 발매가 늦은 편이었죠. 게임의 경우는 워낙 로컬라이징 기간이 있으니 그렇다쳐도 영화는 가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늦는 경우도 있어서…

      NOT DiGITAL

  2. 참 잘만든 영화라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피튀는거까지는 뭐라 안해도 살점이 튀는건 딱 질색이라 저기에서 좀 감점을 주고,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에 감점을 줄까 말까 했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카메라 워킹을 덮었다라고나 할까요. 대신 티저영상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가볍게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거 같습니다. 뭐 전체적으로 평점은 높고, 평점을 보면 극과 극인게 사실이긴 하네요.
    (긍정적인 의견이 확실히 많습니다.)

    액션도 딱 적당히 있고, 그리고 충분히 액션의 위력도 보여줬고 스토리라인에 담고자 하는 이야기도 참 제대로 스며들어 있는 맛깔나는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엔딩 부분은 (네타)인것이 참… ㅎㅎㅎ

    트랜스포머나 여타 다른 헐리우드 대작처럼 흥행요소를 가진 영화는 아닙니다.

    1. 참 잘 만든 영화죠. 재미가 있는데다 무게감도 작지 않은 영화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닌데,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있어요.

      다만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실패는 안 하지만, 그렇다고 대박을 칠만한 영화도 아니니 말이죠. 일단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 부터가 발목을 잡고…

      아무튼 헤일로 시리즈의 팬들이 땅을 치고, 하프 라이프 시리즈 팬들이 ‘제발 하프 라이프 영화화를 닐 블롬캄프 감독에게!’ 라고 외치고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

      NOT DiGITAL

    1. 네, 잘 받았습니다. 바로 테스트 겸 차에 이리저리 붙여봤지요. 감사합니다. :-)

      NOT DiGITAL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