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게를 플레이하는 이유…

요즘 에로게 관련 포스팅이 굉장히 뜸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저런 게임들을 플레이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하도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진도가 느린 것 뿐이죠. 포스팅하고 싶은 게임들도 많고, 플레이해야 할 게임들도 많습니다. 에로게에 대한 애증(…)은 아직 식지 않았다구요. :-)

제목을 에로게를 플레이하는 이유…라고 했는데…

아니, 물론 에로를 위해 플레이한다 라는게 정답 1순위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좀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죠. 저 개인적으로는 에로가 없는 에로게 따위 단팥없는 붕어빵보다도 못하다고 여기고 있고, 에로게에서 에로를 빼고 논한다는 행위 등은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그런 저 역시 에로만을 위해 에로게를 한다,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듯 하거든요.

무엇보다도 에로게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정확히 말하자면 코스트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물건입니다. 일반적인 에로게 타이틀은 8000엔대 후반에서 1만엔 약간 못 미치는 가격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발매되자마자 할인된 가격에 팔리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저 가격 설정은 상당히 인상적이죠. 무엇보다 저 가격을 가볍게 눌러 버릴 게임들은 코에이 게임들 밖에 없다구요. 더해서 제가 얼마전 저지른 일이지만 뒤늦게 잘나가는 게임의 밀봉 초회 한정 따위 구하다보면 가격은 하늘을 찔러 버리고… OTL

그 뿐 아니라 장르를 생각하지 않고 PC 게임이라는 카테고리 만으로 볼 때도 유럽이나 미국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한참 떨어지는데(투입된 자원도, 기술력도, 생산되어 나온 물건도) 가격은 한참 위… 물론 PC 게임 시장 자체가 마이너한 일본 특유의 사정이 있고, 원래 질이 떨어져도 개라지 키트 가격은 비쌀 수 밖에 없는 법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거시기한 상황이거든요. -ㅅ-

중고를 사면 되지 않나,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모든 하드웨어, 모든 장르에 공통되는 이야기니까 패스.

게다가 에로라는 건 굳이 에로게가 아니라도 충족시킬 수 있는 매체는 얼마든지 많아요. 물론 충족되는 방향성과 소재라든가 표현이라는 점에서 모든 매체가 서로간에 비교우위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만(그리고 제겐 에로게가 다른 매체에 비해 좀 더 비교우위적인 면이 많긴 합니다), 꼭 에로게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사실 에로게를 한다고 다른 에로 매체를 안 접하는 것도 아니고…. ^^;

아무튼간에 이렇게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에로게를 플레이하는 이유는 뭔가, 라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물론 이렇게 서두를 길게 썼긴 합니다만, 그리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에로를 위해 플레이하는 건 당연히 큰 포션을 차지합니다. 에로게 잖습니까, 에로게. 다만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느낀다면 일반적인 게임들 쪽이 더 큰 경우가 많고, 코스트 퍼포먼스가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닌 에로게를 난 왜 그만두지 않고 하고 있느냐 하는 거죠.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한 15~16년 전 쯤? 그보다 이전의 MSX용 모 게임이나 모 게임 같은 걸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에로게를 잡기 시작한게 그 무렵인 듯 한데, 그 때는 반발심이랄까 그런 것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이런저런 취미가 있었는데 독서라든가 모형 제작이라든가는 그렇다쳐도 게임이나 만화, 애니 같은 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탄압을 받는 대상이었으니까요.(아니, 모형도 마찬가지였군요 -_-) 그게 일본 것이라면 더더욱.

부모님이야 아들 취미를 가지고 뭐라 하는 분들이 아니셨기에 집에서 받는 압박은 별로 없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뭐…. 그런 분위기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럼 가장 욕먹을 만한 걸 해주자, 라는 생각도 있었던 듯. 지금 써놓고 생각해보니 참 부끄럽군요. ^^; 아, 물론 그 때도 에로에로 때문에 했던 게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어릴 때의 치기 같은 거고, 지금도 통용될 만한 이유는 아니죠. 그리고 사실 저 때도 저런 식의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생각되고 말이죠. 이렇게해서 다시 원점. 소재가 소재다보니 참 비효율적인 포스팅이 되고 있습니다, 으음.

그러고보면 어린 시절에 통용될만한 이유로 하나 더 떠오르는 건 그림을 보기 위해서, 였을지도요. 에로가 아니라 그림 말이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미소녀 열풍도 아니었고 화집이나 이런 걸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미소녀 관련 그림을 볼 수 있는 창구는 에로게가 가장 넓었다고 할까요. 일반 컨슈머 게임 쪽에서도 있기는 했지만 워낙 수가 적었고 만족하기도 힘들었고 말입니다. 음음. 이런 것도 옛날에 에로게를 계속 붙잡았던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군요.

이야기를 현 시점으로 돌려보면 에로게가 마이너리티로서의 위치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생산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18금이라는 등급 때문에, 그리고 비교적 적은 인원수와 자원이 투입된다는 장르 특성상 메이져한 여타 장르의 PC게임들이나 컨슈머 게임들에 비하면 훨씬 제작자 측에서 직설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사실 에로게가 내포하고 있는 세계관이나 상황, 설정 등은 아무리 에로게계에서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비틀리고 뒤틀려 있기 마련이죠. 이런 게 일종의 독특함, 내지는 에로게만의 특색을 드러내게 된다고 할까요. 게다가 비교적 제약이 적다 보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부터 ‘호, 재미있구만’ 이라거나 ‘특이하군’ 하는 이야기나 배경, 혹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물건이 튀어나올 여지가 있죠.

무엇보다도 만드는 사람들도, 그걸 향유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렇다보니 비교적 마이너한 분야에 대해 다룬다거나, 묘하게 코드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튀어나올 확률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물론 그것이 완성도로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일이고, 실제로도 각 분야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따지면 솔직히 에로게의 절대 다수는 반론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플레이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즐길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죠. 그리고 소수긴 해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들 역시 존재하고요.

그리고 사실 이런 유니크함과는 동떨어진 에로게라 해도 그냥 플레이하고 있으면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건 결국 취향에 부합하는 이야기가 시츄에이션이 나오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점에서 에로게와 같은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매체는 드물거든요.

여기까지 쓰고나서 느끼는 건데 어쩌면 전 에로게를 장르 문학처럼 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음, 그렇게 생각하면 효율적이지 못한 소비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고 할까요. 흠흠, 과연 그런 것일까요? :-)

NOT DiGITAL

PS. 쓰다보니 귀찮아졌달까, 단숨에 주욱 쓰려니 힘에 부쳤달까… 미묘한 포스팅이군요. 케세라세라. -_-

“에로게를 플레이하는 이유…”에 대한 12개의 생각

    1. 오늘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미쉘님과도 오랫만에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었던 것도 그렇고요. >.

  1. 후후후. 좋으니까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어디까지나 문화 생산물들은 개인 취향 기준을 벗어나기가 힘들죠.
    저도 에로게임은 에로 때문에 합니다! 에로 빼면 시체죠~

  2. 저같은 경우는…뭐 코드가 맞으니까요.
    에로게 테이스트라고 해야하나.
    에로씬을 다루어야 하다보니 러브코메가 많은 편이고, 그게 중첩되다 보니 재미있는것도 많아지더군요.

    …라곤 말하지만 역시 에로게 없는 에로게(에로게가 전연령판으로 나온 녀석들이라던가)는 그다지 안합니다. 뭔가 팥없는 콩팥이랄까.(….?)

    1. 확실히 장르문학적인 측면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로가 없는 에로게는 팥심은데 콩나는 격입니다!(….)

      NOT DiGITAL

  3. 순간적으로 15, 16년전 이라는 말이 커다랗게 볼드처리되어서 보였습니다. OTL
    에로게와는 별개로 F모사라거나 T모사 때문에 저는 일본쪽 PC게임에 꽤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들어가는 물량이나 노동력에 비해(안 그런 게임도 물론 있지만요) 일본 에로게의 가격은 놀랄만한 수준이긴 한 것 같군요.

    1. ….그런 것이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전 산왕님과 같은 나이입니다.(엉뚱한 분 끌어들이기;;) 결코 나이가 많은 건 아니에요. OTL
      사실 일본 PC 게임들이 이상하게 가격이 높은 것이긴 하죠. 물가라는 측면도 있긴 하겠지만 무엇보다 PC 게임 시장 자체가 마이너한 곳이라는 게 크겠지요.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는 요소가 적으니까요. -ㅅ-

      NOT DiGITAL

  4. 전 하다보니 에로게였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게 문학이든 게임이든 동일한 구성요소라면 인간의 감정중에 에로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에로에로!! (먼산~)

  5. 음… 저도 종종 생각해 보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리만족’ 이외에는 답이 안 나오더군요.
    제 경우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편하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에로게는 그런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 제일 알맞은 매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미소녀가 나오는 비쥬얼노벨을 하면 되잖아’ 라고 반론이 있을 법도 하지만, 역시 그쪽에는 에로씬이 없으니까 문제가 되죠. 나이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죄다 플라토닉 일직선도 아닐진데..
    그리고 에로게라는 매체 자체가 이미 이 바닥에선 독특한 영역구축에 성공했다는 점도 크겠죠. 굳이 비교하자면 포르노보다는 천박한 이미지가 덜하면서 그쪽이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이쪽에서도 됩니다. 게다가 요새는 대세 타면 오버그라운드 입성도 꿈이 아니니 아예 ‘제3의 영역’ 쯤으로 간주되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1. 확실히 그런 위안적인 측면도 크겠지요. 그리고 사실 업노멀한 측면에서라면 포르노보다도 더 강력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의 에로게는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NOT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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