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중의 만화…

저렇게 제목을 달아놓으면 친구들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꼴로 나왔던 네 놈은 만화와 별로 단절되지도 않았잖냐’라는 소리를 할 사람들이 몇몇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군대에서 사용되는 만화를 가리킵니다.

자고로 군인과 만화는 떼어 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법. 2차 대전 당시의 교범같은 걸 봐도 만화나 만화 기법을 응용한 그림은 자주 등장합니다. 주축군, 연합군 할 것 없이 말이죠. (부대 단위로 제작한 듯한 Tiger-I의 메뉴얼 역시… 게다가 군인의 특성인 ‘여자를 밝힌다’를 노린듯한 그림이 페이지마다 있는 걸 보고선 좌절(털썩))

아무튼 군생활하면서 이런 저런 교육용(?) 만화책들을 접해봤습니다. 무엇보다 많았던 것이 보안관련 만화들. 범죄 재연 프로의 테이스트를 가미한데다 왕도를 걷는 연출과 대사들로 저의 감수성을 촉촉히 적셔 주었죠. 보면서 벅차오르는 감정과 비틀거리는 영혼을 끌어안고 눈물을 닦으며 얼마나 침상을 굴렀는지…. (먼산)

또 많았던 것이 ‘사고사례전파’를 만화로 옮긴듯한 책들. 이쪽도 범죄 재연 프로의 풍미가 가득하다는 것은 같지만, 그 연출이나 대사 등이 복고풍 유행에 맞춰 70-80년대 분위기를 가득 내주는 경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진짜 예전에 출간된 것들도 있긴 했습니다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작품들을 보며 창밖을 내다보곤 했죠. (….정말이냐?)

그 외에 한발 앞선 엽기를 보여주었던 IMF관련 만화라든지(이건 정말 수식어가 필요없는 작품. 후-)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았죠. 인기는 국방일보에 매주 실리는 만화가 가장 높았지만. (우후후)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신교육 관련 만화들일텐데, 이건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작품이 있죠. 바로 ‘핑클도 아는 국군의 주적’ (두둥) 뭐 내용이야 핑클이 국방부가 엄선한 국방부표 4명의 현역병과 일일 데이트를 하며 국군의 주적과 김정일에 대해 알게 되고 반공정신을 불태운다, 라는 것인데… 말 그대로 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만, 보고 있으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먼산) 전 이거 처음 봤을 때 괴성을 지르며 침상을 굴렀으니까요. 뭐, 초등학교 1학년에게나 먹힐까 말까한 걸 군인들에게 주입한다는 것 자체가 개그긴 하죠. 이건 정말 제대할 때 들고 나오려고 했는데 바쁘게 이리저리 뛰다가 결국 그냥 나왔죠. 얼마전에 스캔을 구하긴 했습니다만. ^^ 정말 임팩트 하나는 상당한 만화입니다.

나중엔 매달 운영계로 날아오는 국정 홍보용 만화 월간지(…)도 있었고…

그런데 이러쿵저러쿵해도 언제나 예상됐고, 언제나 그랬듯이 대부분의 병사들에게 이런 만화책들은 참 인기가 없었습니다. 역시 각 사무실 별로 배달되는 스포츠 신문 만화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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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thoughts on “군생활 중의 만화…”

  1. 무슨 화생방 관련 만화 하나가… 거의 A급 동인 수준의 작화(물론 톤 등의 사용은 빈곤했지만; 작화 하나는;)를 보여줘서 경악한 적이 있었지요. …뭐 내용은 거기서 거기였습니다만.

  2. to 소영이아빠님 // 그 만화 저도 본 것 같군요. 어떤 소녀가 나와서 화생방 관련해서 설명하는 거였던 듯…^^

    to 시대유감님 // 명불허전이죠. (먼산)

    to 벨제뷔트님 // 기회가 되시면 보시고 후세에 전하시는 것이…^^

    to 리얼님 // 그건 사회에서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본 듯…^^

    to 까날님 // 여군하사 김하사, 말이 필요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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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여군헌병 김하사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겠지만 1기가 최고였습니다.
    주임원사님이 스크랩해놓은 걸로 처음 접했다가 인트라넷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서 파일로 올려놓은 것을 보고는 모두 다운받아놓았죠…
    저도 아직 그 “핑클의…”는 못 봤습니다. -_-
    보고싶지 않아요…

  4. to 가넷님 // …..보고 싶지 않아도 후학을 위해 봐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

    to Ization님 // 그것도 생각해봤는데, 현재 계정도 없고 제가 직접 스캐닝한 것도 아니라서 말이죠.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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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최강은 수요일마다 연재했던(그리고 그림체가 99년 4월1일부터 바뀌어 대폭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군헌병 김하사.였죠.
    …정말 재미있게(농담 아닙니다) 보았습니다. 개그도도 상당히 높은편.

  6. to 룬그리져님 // 역시 김하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군요. ^_^ 개인적으로도 좋아했으니까요.

    to 천년용왕님 // ‘까치 병장’은 아쉽게 접하지 못했습니다. 으음, 공군과 육군은 보급선이 달라서일까요.(뭔가 미묘해) 대신에 화생방 관련한 ‘동인지’는 봤죠. 무려 마법소녀 등장! (이것도 들고 나왔어야 하는데!)

    to Musuhussu님 // 우후후후후. 원래 아픔은 곱씹으며 즐기는 것이…(틀려!) 전 일은 정말 많았지만, 그래도 할 만했었다고 할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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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까치병장”은 아마 웹 상 잘 뒤지면 나올걸. 국방부에서 직접 공개(…)한게 있던가 그렇지. 뭐, 이현세 다운 만화였지. 그런대로 대본소 퀄리티는 나온달까.
    그런데 ‘핑클….주적’을 들고나오려 들다니. 이 혼란한 사회를 얼마나 더 오염시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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