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 소프트의 사운드 노벨 시리즈….

개인적으로 비디오 게임 메이커 중 좋아하는 업체 중 하나인 춘 소프트.
춘 소프트 라고 하면 역시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건 사운드 노벨 시리즈 거나 시렌으로 대표되는 이상한 던젼 시리즈(최근엔 모바일용 건담의 이상한 던젼도 등장했더군요)일 겁니다. 저 자신도 이 두시리즈는 꽤나 열심히 플레이했고요.

이 중 제게 있어서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사운드 노벨 시리즈인데, 시리즈 첫작품인 제절초와 차기작 카마이다치의 밤은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대표적으로 지금의 Leaf가 존재하게 한 기틀을 만들었던 시즈쿠와 키즈아토가 사운드 노벨 시리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제작되었다는 건 이미 리프의 스탭 인터뷰 등을 통해서 유명한 이야기죠. 그만큼 인기도 있었고 춘 소프트의 간판 타이틀이니만치 여러 기종에의 컨버전과 온라인판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SFC용 제절초(弟切草)였습니다만, 솔직히 그 땐 일본어 실력도 그리 좋은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하진 못 했습니다. 다만 화면 가득히 뿌려지는 글자들과 사운드와 절제된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게임의 분위기만은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제절초를 다시 플레이해 본 후에는 뭐랄까요, 새로운 걸 발견했다고 할지 좋은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의 그 기분이 가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플레이할 때마다 달라지는 스토리에다 절제된 그래픽과 사운드만으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책을 좋아하는 제 성향도 한 몫 했을 듯 싶긴 합니다만… ^^ 사실상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처음이었던만치 그 충격이랄지 인상은 꽤 큰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어떤 공포 게임보다도 공포랄지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할까요. 제한된 그래픽과 문장, 사운드만으로 만들어낸 이 느낌을 요즘의 어떤 호러도 능가하지 못한다는게 제 솔직한 감상입니다. 스플래터 보다도 이런 식의 연출에 더 매력을 느끼는 성격인지라… ^^

그 후에 카마이다치의 밤(かまいたちの夜)도 당연히 플레이하기 시작했죠. 일단 그래픽적으로도 발전했고, 인물의 실루엣이 나타났죠. ^^ 시스템적으로 보면 제절초가 평행한 복수 스토리상을 이동하며 조합되는 방식이었다면, 카마이다치의 밤은 행동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나는 식이었습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노벨류의 스타일이라고 해야겠죠. 기본적으로는 산장에서 벌어지는 살인극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건 여전했고 무엇보다 사운드 노벨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운드들 역시 건재했습니다. 카마이다치의 밤의 경우 제절초와 마찬가지로 PS1으로 컨버전되었고, 후에 온라인 버전도 등장했죠. 또한 PS2로 후속편도 나왔으니 어쩌면 시리즈 중 가장 인기있었던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번째로 제작된 것이 마치(街). 표면상으로 가장 큰 변화라면 배경과 등장인물 전부가 실사로 촬영됐다는 점이었죠. 처음엔 좀 적응이 안 됐습니다만 나중엔 오히려 재미있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싫은 사람들을 위해서 아예 실루엣 모드도 탑재되어 있습니다만) 하지만 마치에 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시스템이겠죠. 8명의 주인공 들이 각각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해 나가고, 그 와중에 선택한 행동이 다른 캐릭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국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려면 각 캐릭터들의 행동이 주는 영향을 고려해 나가면서 조절해가야 하죠. 이렇게 보면 짜증나는 노가다가 될 것도 같지만, 역시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불타올랐었습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중요 단어 등에서 나타나는 해설 등도 꽤나 센스있는 것들이 많아서 입가에 웃음을 띈 채로 플레이했던 게임입니다.

사운드 노벨 시리즈는 요새도 가끔씩 에뮬이나 PS 컨버전판을 돌려보곤 합니다만, 지금의 게임들에 비교해도 결코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떨어지는 점이 느껴지질 않는 것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또한 노벨이라는 장르가 과연 게임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이 타당하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타이틀들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한국에서는 역시 언어의 장벽 때문에 지명도에 비해 플레이한 사람들은 드물게 보입니다만, 여건이 된다면 플레이해보시길 추천하는 타이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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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 소프트의 사운드 노벨 시리즈….”에 대한 15개의 생각

  1. 원래 비디오 게임의 정의는 ‘음극선관으로 플레이하는 모든 형태의 놀이’를 총망라하는 것이니까, TV로 연결해서 소리와 글자만 보이는 것 만으로 훌륭한 게임입니다.

  2. 카마이타치의 밤은 정말 재미있게 했었어요 (문제는 무슨 기종으로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거지만..;PS였던가;)
    금빛 책갈피 나온 이후로 왠지 루트가 안 늘어나서 전 엔딩은 못 봤네요_ _
    마치는 실사의 압박-_-과 금방 나와버리는 배드 엔딩 덕에 얼마 못 했지만; 괜찮은 게임이긴 했었죠.
    제절초만은 전혀 못 해 봤는데 컴퓨터도 업그레이드한 김에 에뮬로나 돌려볼까요=_=

  3. to 다인님 // 저 역시 그 정의에 동의합니다만, 최근엔 노벨이라는 장르에 대해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의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꽤 되시더군요. 음….

    to Devilot님 // SFC, PS1, 온라인판 중 하나셨을…(쿨럭) 마치는 처음엔 실사의 압박이 있긴 합니다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재미있어집니다. ^^ 제절초의 경우 SFC에뮬이나 PS1으로도 가능하니 한 번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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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절초, 카마이타치는 둘다 SFC+UFO로 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실제 SFC를 쓴 건 틀림없고, 팩을 샀던가 기억이…)
    역시 글자 그대로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가 최고죠…
    물론 언어장벽도 있지만, 게임은 액션이어야지!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역시 좋게 보지는 않으시는 듯.;

  5. 카마이타치의 밤같은 건 소문으로 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한번 sfc 에뮬이라도 구해서 해봐야 겠네요.

  6. to 진마님 // 네, 바로 그 분위기가 죽이죠. ^^ 확실히 언어장벽도 있고, 게임에서까지 책을 읽으란 말이냐~ 라는 분들도 꽤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드는군요. (먼산)

    to skan님 // 실제로 지금 플레이해도 손색없는 게임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카마이다치의 밤은 번역되서 온라인판으로 한국에도 진출했었는데 아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던 듯…. (이용료도 저렴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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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 역시 처음 제절초를 접했을 때에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해보지 못했다가, 최근에야 간신히 플레이 해봤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요즘 플레이해봐도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사운드노벨 시리즈도 그렇고, 이상한 던젼 시리즈도 그렇고 춘 소프트는 여러모로 이미지가 좋은 회사입니다.(초코보 던전은 이상한 던젼으로 칠 수 없….;)

  8. 카마이타치의 밤은 인터넷 서비스로 해본적이 있었는데, 가볍다가 무겁다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몇몇장면에선 ‘다음엔 내가 당할지도 몰라!’ 같은 긴장감도 느껴졌고.. 오히려 요새 바이오 하자드 같은 점점 어설퍼지는 호러물보다 낫다고 생각되더군요.

  9. to ymir님 // 춘소프트의 경우 말 그대로 엄청난 히트작은 없지만, 탄탄한 게임성으로 승부한다고 할까요. 외양만을 신경쓰는게 아니라 게임의 기초에 충실한 듯 느껴져서 좋아하는 회사입니다. ^^

    to 시대유감님 // 실제로 제가 처음 본 엔딩은 애인에게 범인으로 몰려 스틱에 찔려 죽는 엔딩… (먼산) 제 친구들도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플레이해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바이오 하자드는 호러라기 보다는 좀비 살육 게임…(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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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도 제절초플레이 당시만 해도 일어실력이 그리 좋지않아서 하다가 졸고 하다가 졸고 결국 포기했습죠. (_ _)

  11. 제가 아직도 최고로 치는 노벨은 “마치”입니다.
    당시에도 이 시나리오 라이터는 분명 천재일거라고 생각했죠>.< 그다음에 카마이타치의 밤도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마지막에 라디오 드라마인 "조금 H한 카마이타치의 밤"에 뒤집어 졌던 기억이 있네요^^

  12. to utena님 // 그럼 다시 플레이를! 사실 이런 재미있는 게임은 지금도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

    to 폴리시애플님 // 마치의 시나리오, 확실히 멋지죠. 사운드 노벨 시리즈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량이라는게 확연하게 드러나는 시리즈니까요. ‘조금 H한 카마이다치의 밤’은 무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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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아직 제절초는 플레이해보지 못했고, 카마이타치는 온라인으로 금빛 책갈피까지, 그리고 마치는 구경을 해봤습니다만, 역시 춘 소프트라는 말이 나오는, 혼이 듬뿍 들어간 게임들이었습니다. 경의를…

  14. 링크타고 와서 링크 신고합니다;

    아무튼 사운드 노벨의 경우는 아직 제대로 해본적은 거의 없지만 눈으로 보이는 직감적인 공포보단 소리와 문자만의 상상적인 공포가 더 무섭다고 느껴지는것 같습니다.(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5. to 마르쥬님 // 안녕하세요~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제절초도 플레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사운드 노벨 시리즈의 시초라는 점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지금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니까요. ^^

    to ホシノ=ルリ님 // 그런 점도 분명히 있지요. 그리고 저같은 경우 이제 스플래터나 고어류의 게임이나 영화는 ‘훗…’ 하는 식이라서… ^^ 공포도 아니고 개그로 보이니, 사람의 적응력이란 역시 뛰어납니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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