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중단했던 PS3용 건담전기를 다시 플레이해보다가, PS2용 건담전기를 다시 꺼내어 플레이해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아쉬운 점들도 많지만 여러 건담 관련 게임들 중에 상당히 취향에 맞는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네요.
지구라는 중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의 MS들의 움직임이나 전투 양상에 만족하는 편입니다. 저는 캡콤에서 제작한 케이스들에서 보이는 상쾌하고 빠른 움직임보다는 적당히 육중하면서 기계적인 움직임 쪽이 취향이니 말이죠. PS2 버전에서는 콕핏 시점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이었는데, PS3에서는 삭제되서 아쉽군요. 개인적으로 건담 관련 게임들 중 슈팅이나 액션 장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드림캐스트의 콜로니가 떨어진 땅에서…의 후계에 가장 가까운 게 이 건담전기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건담전기 UC0081의 경우 PS3에서 만족스러운 그래픽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전작에 비해서는 월등히 나아지긴 했죠. 머신 파워를 나름 느낄 수 있달지…(먼산) 무엇보다 동시 등장 기체수 라든가에서 차이가 보이니까요.
그러고보면 적 기체 폭발 시 멀뚱히 서 있으면 기체에 데미지가 가던 시스템은 PS3로 넘어오면서 삭제됐죠. 처음엔 모르고 근접 공격으로 끝을 내고 바로 대시로 피하곤 했습니다. -ㅅ- 나름 맛이 있던 요소였는데 역시 플레이어가 불편함을 느껴서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폭발 시 데미지 요소는 그대로 두고 적 기체가 모두 폭발하는 게 아닌 대부분 실전처럼 격파되서 그 자리에 주저않거나 쓰러지게 하고, 일부 폭발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죠.(더 귀찮다고 사람들이 싫어할지도 모르겠군요;;)
전작이 이벤트성으로 기체 성능업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0081에서는 요즘 추세에 맞게 무기/실드, 추가파츠 등의 구매, 셋팅 등이 추가됐습니다. 사실 군대니까 셋업은 그렇다치고 보급 지원 우선 순위가 올라간다든지 소모품의 보급이 이루어진다는 등의 설정으로 장비가 들어오는 쪽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뭐 어느쪽이든 별 상관없는 부분이니…. 하지만 정말 마음에 안든다고 할지 불편했던 건 각 기체별로 옵션 파츠 설정 저장이 안 된다는 부분이었죠. 파츠가 남아돌면야 그냥 넣어두면 땡이지만 당연히 그렇지 못하니 기체 한 번 갈아타자면 일일이 다시 맞춰줘야 하고, 거기에 특정 기체 강제 출격 이벤트야 그렇다치지만 옵션 파츠가 전부 강제 해제되는 건…. OTL 하다가 욕나오는 경우가 있다니까요.
전작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보급 포인트랄까 임시 베이스가 추가된 건데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봅니다. 보급의 요소를 넣는다는 건 나쁘지 않지만, 툭하면 탄약이 떨어지고 보급 포인트를 왔다갔다 하는 게 반복되서 리듬이 끊어진다고 할까요. 거기다 보급 포인트가 파괴되면 아주 짜증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거의 보급 포인트를 방어하는 플레이가 되어 버리곤 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전작의 시스템이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PS2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설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스토리도 명확히 존재하는 건 아니었죠. 물론 코믹스나 소설판에서는 등장하지만요. 그에 비해 PS3에서는 게임 내에서도 주인공들의 존재가 확연히 나타나고, 명확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뭐 양쪽 다 나름 맛이 있는 스타일이니까요. ~.~ 이런 시나리오의 존재에 따라 게임 중 리얼타임 데모에서도 컷인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환영할만한 것이긴 한데, 갤러리 등에서 따로 감상이 안 된다는게 아쉽죠. 조금만 신경 써주면 좋을텐데….
역시 연방군과 지온 잔당 양쪽 시나리오를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나름 캐릭터들도 설정도 괜찮은 연방쪽에 비하면 지온은 영…. 0083 이후 지온이나 잔당 캐릭터에서 자주 보이는 사이비 사무라이+카미카제+군국주의+테러리스트 캐릭터인지라 보고 있자면 짜증만 나요. 그나마 해후의 우주 사이드 스토리 섬광의 끝에서 만화판에 등장하는 마렛트같이 완전히 미쳐버린 녀석이 아닌게 다행. -ㅅ- 하는 짓도 가토가 했던 짓의 축소판이나 다를 바 없고, 개인적으로 가토+데라즈 함대가 했던 짓에 대해 굉장히 낮게 평가하는 저로선 좋게 봐줄 거리가 별로 없달까요. 그에 반해 연방은 역시 개념. 남자는 연방입니다! 🙂
그러고보니 다시 PS2용 건담전기를 잡게 된 이유를 이야기 안하고 있었군요. 전작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대강 예상하실 수 있으시겠습니다만, 바로 오퍼레이터, 정비사, 상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대폭 축소 혹은 삭제되어 버린 거죠. OTL 비록 패턴 수가 적은 점은 아쉬웠습니다만 미션 내용과 결과에 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성 캐릭터들이 해준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데… 반다이 네 놈들은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모른단 말이냐!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 OTL 처음에 연방군 파일럿으로 쉐리가 발표됐을 때 ‘오, 이 놈들 이젠 파일럿까지! 좋다, 더 해라!’ 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슴에 비수를… 마오 소좌도 좋지만 혼자서는 역부족. 게다가 전기의 노엘 앤더슨이나 섬광의 끝에서의 미유 타키자와에 버금가는 캐릭터가 없어. 꿈도 희망도 없다구요.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쳐도 PS3판에서 너무 부하 캐릭터들의 물갈이가 마구 이루어지는 것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아쉽습니다. 시나리오상 어쩔 수 없다고해도 이건 좀….
여담이지만 0081에서의 지온 잔당, 이 놈들. 어디가 ‘잔당’이야! 물량 공세를 하면서. OTL
NOT DiGITAL
PS. 0081에서의 온라인 모드나 프리 미션 모드는 일단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볼륨으로 따지자면 이쪽이 메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조금씩 맛만 봤을 뿐 제대로 플레이하지는 않아서요.
PS2. 오퍼레이터가 존재한다는 점과 선택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PSP용 건담 배틀 유니버스와 어설트 서바이브가 하고 싶어지고 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