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서 사용되는 전투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체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전 일단 무조건 반사적으로 X-Wing이 떠올라 버립니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 I, 그러니까 Episode 4를 본 이후로 X-Wing은 말 그대로 머리와 가슴속에 각인이 되어 버리다시피 했지요. 물론 같이 등장하는 반란군의 다른 기종들과 제국군의 기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일단 간판은 누가 뭐래도 X-Wing이죠.
남자라면 가상으로나마 이런 기체를 조종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이런 사람들을 위해 1993년 LucasArts가 내놓은 첫 DOS용 스타워즈 게임이 바로 X-Wing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당시 동서게임채널에서 한국에 라이센스 발매를 했고, 물론 전 바로 구입했었지요.
일단 처음 게임 상자를 손에 들었을 때 느낀 건 ‘크다’라는 거였죠. 요즘 게임 팩키지만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걸 보시고 놀랄 겁니다. 굉장히 크거든요. 이게 일종의 유행이었는지 이 당시 게임 팩키지들은 이렇게 큰 게 상당히 많았어요.
일단 동봉되어 있는 메뉴얼이 2권. 한권은 말 그대로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을 설명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한권은 어떤 청년이 반란군 모집 집회에 참가하고 파일럿이 되는 가상 이야기 속에 팜플렛이라든가 자료집등이라는 설정으로 배경과 설정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었죠. 전술이라든가 등도 그렇고요. 솔직히 빈말로라도 잘 된 번역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모든 정보가 부족하던 그 때는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것이었습니다. ^^;
게임을 기동하면 당시 기준으로 ‘오오~’라고 할만한 Intro가 나옵니다. 스타 디스트로이어들과 몬 칼라마리급 순양함들이 등장하고 X-Wing과 TIE 시리즈들이 공중전을 벌이는 남자와 소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죠. 중간중간 중요 인물들도 등장하고 말입니다.
아래는 승리의 YouTube에올라와 있는 영상입니다. CD-ROM인 콜렉터즈 에디션에 포함된 것이라 좀 더 나아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플로피 디스켓 버전에 포함되어 있던 것과 동일합니다.
게임의 장르는 스페이스 시뮬레이션. 지금 기준으로야 시뮬레이션이라고 하기에 뭐합니다만 시대를 생각해야죠. 게임 엔진은 루카스아츠에서 제작한 2차 대전 비행 시뮬 게임들의 엔진을 개량한 것이 사용됐죠. 저 시기에 게임을 하셨던 분들이라면 기억이 날만한 Battlehawks 1942라든가 Their Finest Hour: The Battle of Britain, Secret Weapons of the Luftwaffe 같은 게임들 말이죠.
캠페인 모드를 진행하면서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은 당시의 일반적인 비행 시뮬레이션들과 유사합니다만, 스타워즈 팬이라면 즐거워할만한 요소가 가득했죠. 하이퍼드라이브를 이용해 제국군 선단을 공격하는 반란군 편대들이라든가 포화를 쏟아내는 네뷸론 B 프리게이트를 시작으로 한 다양한 전함들과 연출들 등등. 무엇보다 X-Wing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비행시뮬레이션 때문에 가지고 있던 싸구려 스틱이 이 게임 덕분에 엄청나게 혹사당했네요. 아무래도 과격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다보니까 말이죠. 🙂
이후로 많은 수의 스타워즈 베이스의 스페이스 시뮬레이션들이 나왔습니다만, 역시 이 게임만큼 와닿는 건 없었다고 할까요. 요즘 Steam에 루카스아츠의 고전 게임들이 컨버팅되서 올라오고 있는데 이 작품도 꼭 발매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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