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동원 훈련을 위해 공군 모 전투비행단에 갔다 왔습니다. 군대를 비교적 늦게 간 덕에(공군 기준으로 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만) 이제야 동원 훈련을 마치게 됐네요. 아무튼 동원 훈련 관련 잡담을 두서없이 써보도록 하죠.
터미널에서 내려 부대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부대 정문에 도착하니 당연히 초병들이 맞아 주는데….
‘…더헉. 방독면에 완전군장+화생방물자. 얘네들 무슨 훈련중인 건가. –;’
알고봤더니 ORI 대비한 자체 훈련중이더군요. 덕분에 2박 3일 내내 군생활 중 듣던 훈련용 방송 멘트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나저나 꽤 빡세게 하더군요. 무의식중에 현역병들이 약간 불쌍해졌습니다.(먼산)
광활한 기지 외곽을 좀 도는 걸로(한 3시간? 물론 절대 다 돈게 아니라 일부였죠) 행군 대체. 중간에 화생방 상황 한 번 발동해주는 센스. 덕분에 오랫만에 방독면 쓰고 걸어봤습니다.(…) 아무튼, 역시 공군하면 화생방이죠!(…야)
가스체험은 정말 훈령병 시절이나 현역 시절에 비하면 스쳐 지나가듯 한 것인데도 눈물이 장난 아니게 나더군요. 정말 예전에는 저 안에서 잘도 소리지르고 구르고 뛰고 난리쳤다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지나갔습니다.
이 모 전투비행단에 같이 주둔하는 모 전대와 얼마전에 이리로 이동한 모 전대(…보안상), 그리고 훈련 덕분에 2박3일간 한국 공군이 사용하는 고정익기와 회전익기의 대부분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못 본 기종이라고 해봐야 F-15K나 KT-1, A-50 정도?
평소 지론인 ‘회사밥의 질은 규모에 비례하고, 군대밥은 규모가 커질수록 질은 반비례한다’라는 것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참 먹을만 했는데, 여기는… 아무튼 사병들이 불쌍해졌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 제가 복무한 부대 덕분에 참으로 유니크한 존재가 되었답니다. 간단히 말해서 전 예비군 훈련을 가서 저와 같은 부대 마크를 단 사람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영외자 분들도 제 출신 부대마크는 모르시는 분들이 절대 다수. 부대 이름도 못 들어보신 분들이 역시 절대 다수. 룰루랄라.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공군 예비역들은 말 참 잘 듣습니다. 훈육 장교나 부사관들이 어떻게 해주세요, 라고 하면 잘들 따라 주거든요. 줄도 잘 서고, 스케쥴도 잘 지키고, 훈련도 잘 받고… 심지어 점호전에 방송으로 ‘자기 자리 정리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다들 관물함 정리도 한다구요. 🙂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이쪽이 서로 스트레스 안 받고 일정도 잘 소화하고 낫지 않나 싶어서요. 학생 예비군 때 경험한 육군 예비역분들이나 친구들 말 들어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ㅅ-
훈련중인데 왜 이 상황이 안 걸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날 결국 사병식당이 피폭당해서 이동배식을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밥은 야외에서 먹었죠.(먼산)
특기상 항대 쪽에서 직무교육을 받았죠. 덕분에 군생활 중 못 봤던 전투기용 통신, 항법 장비들은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단 특성상 어디로 이동하나 차량 탑승이 기본이죠. 아무리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아, 이 푸른 줄무늬 버스(…)와도 이젠 안녕이군요. ^^;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긴 한데, 보안이나 이런저런 이유상 패스~
NOT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