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봇코는 나름대로 기대했던 게임이었습니다. 어느 해나 그렇지만 2004년도 줄줄이 대작들이 예고되어 있었고 그런 와중에도 체크하고 있던 게임이었던 거죠. 결과는? 뭐, 지금으로선 절반 이상의 보답을 받긴 했다 라고 해 둘까요.(먼산)
시스템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전형적인 일본식 어드벤쳐입니다. 일반적으로 ‘에로게의 어드벤쳐’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바로 그것, 이라고 보시면 틀리지 않겠죠. 이러다보니 이렇다할 특징은 보이지 않네요. 크게 편리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것도 아닌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다만 이 작품의 경우 패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전 패치 적용 후에 플레이했습니다만, 일본쪽 게시판 등에서 패치 적용전의 문제점들을 보면 정말 굉장합니다.(…) 상당한 비율료 오자가 눈에 띈다든지, 화면 전환중에 갑자기 화면정지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든자, 고백신 가기 전의 히로인의 立絵가 다른 히로인의 立絵로 변한다든지…. OTL
게다가 CD 2장을 사용하는 이 게임, 인스톨 용량은 600메가 정도입니다. 더구나 CD없이 플레이가 되는 게임입니다.(…) 요즘에 이런 식의 수법을 사용하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DVD를 매체로 사용하는 게임들의 더미는 애교랄까요. 후-
그래픽
우선 원화와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笛씨의 그림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히 연령이 어려 보이는 디자인이라 사람에 따라서 이 부분에서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림 자체는 좋은 편이라고 봅니다. 제목과 이 게임이 지양하는 방향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채색도 밝은 파스텔톤의 색들을 사용해서 원화와 함께 뽀송뽀송한 느낌과 귀여운 느낌을 주고 있죠.
다시 한 번 씁니다만 작품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래픽이라는 점이 강점입니다. 立ち絵도 괜찮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데포르메 CG도 잘 만들어졌고요. 아마 이 그래픽 부분이 이 게임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 싶군요. 꽤 마음에 들어서 원화집이나 설정집이 나와있나 찾아봤지만 없었습니다. -ㅅ-
사운드
우선 BGM의 경우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게임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느긋하고 부드러운 곡들입니다. 게임의 분위기에 부합한다는 점에선 괜찮습니다만 좀 평범해 보인달까요. 무엇보다 인상이 깊지 않고, 임팩트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곡 수 자체도 적은 편이고요. 이 점은 게임의 길이가 워낙 짧다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보컬곡들의 경우 괜찮은 편입니다만 그렇다고 굉장히 좋은가 하면 그것도 미묘합니다. 딱잘라서 말하면 좋은 쪽이다, 라는 거군요. 🙂 OP와 ED는 무비와도 어울리는 편이고 보컬곡의 사용 방법에 대해선 괜찮은 연출이었다고 봅니다.
이건 시스템 쪽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각 볼륨 설정에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임중에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게 느껴집니다.
음성에 관해선 불만없습니다. 성우들도 유명한 사람들이고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점에 관해선 이의없음.이군요.
시나리오와 캐릭터
…일단 시나리오는 뒤로 제쳐두고, 캐릭터만으로 보자면 굉장히 마음에 들고 잘 만들어져 있다고 봅니다. CG와 성우가 캐릭터에 더해져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고, 게임상에서 그려지는 일상에 의해 캐릭터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CG발에 힘입은 바도 크겠습니다만 아무튼 캐릭터라는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시나리오. 이 게임의 모든 문제점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ㅅ- 일단 일상 생활에서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모토로 내세우는 점 만큼은 달성했다고 봅니다.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기대했던 그대로를 충족시켰다고 봐도 되겠죠. 그러나 그 이후부터가 총체적 난국입니다.
우선 이 엄청나게 짧은 분량. 아니, 시나리오가 짧다는 것 자체가 문제될리는 없습니다. 짧은게 문제라면 이 세상의 단편이란 단편들은 전부 사라져야 할테니까요. 거기에다 짧다는 것이 질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밑에 거론될 문제점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히나타봇코에 있어서는 이 짧은 시나리오가 상황의 악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시나리오상의 최대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겁니다.
‘뜬금없음’
정말로 뜬금없이 고백신이 나오고 갑자기 H신이 나오고(1명 빼고 2번) 엔딩으로 직행합니다. 무시무시한 속도의 종반 급전개와 설명부족이라는 거죠. 이러다보니 당연히 이야기 전개의 당위성도 없어집니다. 기승전결 구조로 보자면 ‘기’와 ‘결’만이 존재한다고 봐도 될 정도죠. 처음 히나타 루트를 플레이했을 때 당혹감마저 느꼈습니다만, 나중에 다른 루트와 비교해보니 그나마 히나타 루트는 메인 히로인 루트라서 나은 편이었습니다. –;
게다가 더더욱 무서운 점은 모든 캐릭터의 시나리오 전개가 원패턴이라는 점이죠.
주인공이 코하루비요리에 이사 -> 거리로 외출 -> 1회 이벤트 ->갑자기 고백, 이어지는 H신 -> 2번째 H신 -> 엔딩.
이게 히로인들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겁니다. OTL 게다가 이런 식이다 보니 공통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요즘의 타 게임들과 비교하면 가히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하죠.
사실 초중반부의 전개나 이야기들은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었기에 더 아쉽다고 할까요. 더 길게 분량을 잡고 차근차근 전개해 나가던가 아니면 짧은 분량에 맞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다듬었어야 했다는 거죠. 결국 다른 부분에서 벌어놓은 점수를 시나리오가 까먹어 버린 셈입니다. 하아.
마치며
기대했던 만큼 허망했다고 할까요. –; 게다가 이 게임이 완벽하게 버릴만한 게임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미묘합니다. 물론 구입이나 플레이를 추천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죠. 그나마 마음에 드는 그래픽, 그리고 초중반의 전개와 캐릭터, 분위기가 나름대로의 위안이 되어줬던 요소입니다. 사실 이 게임보다 못한 게임이 훨씬 많은게 에로게라는 분야긴 합니다만 그래도 말이죠…. T_T
NOT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