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ALONE

크로노스 헤이즈, 부기팝 코믹스판을 그렸던 타카노 마사유키가 현재 전격대왕에 연재중인 작품입니다. 현재 2권까지 출간된 듯 한데, 제가 본 건 1권까지죠.(skan님의 지적으로 확인해보니 2권 발매는 7/27일 입니다. 현재로선 1권까지만 출간된 것이 맞습니다.) 사실 크로노스 헤이즈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그리 취향에 맞지 않았고, 부기팝의 경우 원작인 소설판을 보다가 그만둔 상태인지라 코믹판은 아예 보지 않았고요. 따라서 작가를 보고 보게된 작품은 아니고 표지를 보고 끌렸던 데다 지인들의 추천도 있고 해서 한 번 읽어 보게 된 것이죠.

간단한 내용은 누나를 흡혈귀에 잃고, 그때 입은 상처로 눈에 조금 특수한 능력이 생긴 청년 쿠로에, 아버지를 잃은 흡혈귀 소녀 미사키, 영능력을 가진 과학경찰연구소 소속의 사이노메,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과 오컬트가 섞인 사건들의 이야기랄까요. 특히 이야기에 중심에 서 있는 건 동거하고 있는 쿠로에와 미사키겠죠.

사실 흡혈귀 이야기 라든지 탐정 겸 작가인 청년과 소녀의 동거, 특수한 능력과 격투기술 등등은 이젠 결코 신선한 소재들이라고 할 수는 없죠. 아니, 신선하다기보다는 진부한 느낌을 먼저 받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냥 그렇고 그런 작품인가, 라는 점에선 저는 아니라는 쪽이로군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을 보면서 저런 소재들 때문이 아니라 만화 자체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이유가 있더군요. 작가가 이전에 동인지로 그렸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다듬어서 연재하는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떡였죠. 예전에 그 동인지를 볼 기회가 있었거든요. 아마 그 기억이 남아 있었던 듯…

아무튼 위에 말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재료겠죠. 그걸 가지고 어떤 분위기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어떤 만화가 생기느냐는 천차만별일테니 말입니다. 작가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을테고 말이죠.

그래서 이 BLOOD ALONE 이라는 작품에 대해 말하자면 어두우면서도 음울하지 않고, 원색이 아니면서 담담한 그런 분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미사키와 쿠로에의 일상 생활과 오컬트 적인 사건들이 엮여나가는 게 재미있고, 아마 큰 줄거리 역시 이런 전개로 풀려 나갈 듯 하군요. 거기에 더해서 그림이라는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미사키가 사는 집이나 가구 등등이라든지, 표지의 색채 사용 같은 걸 봐도 말이죠. 거기에 1권 후반부의 CLASP YOUR HAND 챕터에서 보이는 컷을 사용하지 않은 구성 등도 마음에 들고요.

아마 표지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분들이라면 사서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작가가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미사키와 쿠로에의 일상이든, 혹은 불사의 생명이나 비일상적인 존재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이든 말이죠.

그나저나 전격대왕의 경우는 가끔씩 생각지도 않게 건지게 되는 만화들이 있어서 참… 🙂

NOT DiGITAL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에 대해서…

어제 뉴스를 통해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부결된 건 들으셨을 겁니다.

아, 다 좋습니다. 좋아요.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 라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한 번 생각해보고, 현재의 법에 의한 2년 마다의 심사에 의해 걸러낼 수 있다 라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봅시다. 제대로 시행될리가 없다고 보지만.

제가 참으로 우습다고 생각하는 건 말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언제부터 인권이라는 걸 그렇게 생각했냐는 겁니다. 그렇게 인권을 높이 생각하는 것들이 사형제도 폐지나 대체 복무 관련해서는 찍소리도 안하던데? 그 외 각종 인권 관련 사항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호에 대해선 개털만큼의 관심도 없던 것들이 이럴 때는 꼭 인권 들이대더라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인권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짜증이 납니다. 차라리 까놓고 기득권층들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서 반대했다 라고 말하면 웃기지나 않죠.

어차피 구퀘돌이들한테 말해도 뭣하지만 열우당과 한나라당, 특히 열우당. 그렇게 계산 하나 못하나. 여기서 이게 부결되면 판국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말 생각 못했던 걸까요. 정말 바보 아냐 라는 말 밖에 안 나옵니다. 꼴이 우습기로는 한나라당이 우습게 되지만, 정작 그 여파를 다 맞는 건 너희 열우당이란 말이지. -ㅅ-

아무튼간에 얼마전에 검찰이 경찰 보고 식민지 시대의 하수인 운운 하던 개그 이래 실컷 웃었습니다. (도대체가 독재 정권의 시녀로 온갖 짓을 다했던 놈들이 그런 말이 나오나. –;)

NOT DiGITAL

오오, 긴파치 선생 완전판 발매라니…

츈소프트가 2004년 6월에 발매한 3年B組金八先生 伝説の教壇に立て!는 발매전부터 체크하고 있었고,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입니다만 지금까지 플레이는 커녕 구입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 여름에는 슬슬 해봐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뉴스가….

기사 보러가기

요약하자면 7월 28일에 완전판 이라는 이름으로 2940엔의 염가판이 나오고, 거기에 추가 시나리오 2개가 포함된다는 내용이죠. 아아, 역시 평범하고 건전하게 살면 이런 행운이 가끔씩 따르는 것이군요.

그나저나 사놓긴 예전에 사놓고 아직 오프닝밖에 안 봤다던 K군은 좀 속이 쓰릴지도…. 🙂

NOT DiGITAL

Airsite Mission エアサイト ミッション

KOGADO가 제작하고, NEC IC가 퍼블리쉬한 2000년도작 PC 게임입니다. 저도 이 게임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플레이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아마도 미래. 아마도 한 번 인간계가 완전히 망했던 듯… 세상엔 위와 아래(정말로 上과 下;;)로 나뉘어져 있고, 윗분들(흑인)께서는 정말로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살고 계시죠. 그리고 아래 세계에 기술이라든지 전기 등등을 공급해 주고요. 물론 도시에만. 그리고 도시 밖에는 도시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들이 있고 말입니다. 이러니 물론 이런저런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걸 해결하기 위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훌쩍 여행을 떠나며 회사를 떠맡긴 숙모 덕분에 사장 대리를 해야 하고요. 구식 전투기들과 몇 안되는 파일럿들만 있는 영세 업체에서 말이죠….(…어딜가나 영세업체는 힘들구나 -ㅅ-)

게임 시스템을 살펴보면 아군기를 조작해서 적기를 떨구면 됩니다.(…야) 물론 비행 시뮬은 아니고 탑뷰 방식으로 전장을 내려다 보면서 아군기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겁니다. 각 기체별로 명령을 내린 후 아군과 적군이 동시에 움직이며 진행되는 방식고요. 물론 인터미션에서는 스토리가 진행되고, 기체의 매각이나 구입, 파일럿의 경험치 등의 개념도 존재하죠.

등장하는 기체들은 이름과 형식명, 디자인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현대의 전투기들입니다. 설정상 먼 옛날의 기체들을 발굴하거나 레플리카 생산해서 사용하는 것이니… 장착되는 무기도 레이저가 등장한다든지, 광역확산탄 등이 존재한다든지 하니까 실제 기체와의 연관성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요.

나름대로 게임성도 있고, 한동안 재미있게 플레이하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아쉬운 점이 꽤 됩니다. 우선 전투 시스템의 문제인데, 각 기체별로 내구라든지 선회 반경, 속도 등의 차이를 두긴 했습니다만 결국엔 플레이가 패턴화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랄까요. 일단 고도가 존재하지 않고 약간의 이동거리 조정 가능. 그러다 보니 결국엔 공중에 부유하는 장애물들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적기의 꼬리를 잡는 ‘레이싱’이 되어 버리곤 하죠. 뭐, Flight Commander 2 같은 게임들 정도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만 좀 더 전술 시뮬레이션이라는 부분을 강화시켰으면 좋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되도록 시스템을 단순화 시킨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난이도의 경우는 여타 일본 게임들에 비하면 높지만 극악하진 않습니다. 코가도 게임 특유의 적과 아군 기체에 차이가 없고, 적의 숫자가 많은데서 오는 압박은 있어도 못하겠다고 던질 정도는 아니거든요. 다만 다른 데서 태클이 들어오죠. 바로 돈(…)입니다. 미사일을 한 발 쏴도 돈, 레이져를 한 방 쏴도 비용 지출, 이다 보니까 아군기 중에 한대만 추락해도 수리비, 무기값 등등 내다 보면 적자가 나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회사 보유 금액이 0이 되면? 당연히 게임 오버죠. -ㅅ-

그리고 이건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2000년도에 출시된 게임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랄 수도 있는데, 이 게임은 98/Me 까지만 지원합니다. XP는 아예 기동도 안 되는 듯하고, 2k는 실행은 됩니다만 BGM이 안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 꽤 끌리는 소재를 다룬 게임이었고, 나름대로 즐기긴 했습니다만 역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중에라도 리메이크 되어준다면 좋겠는데, 역시 가능성은 극히 낮겠죠.

NOT DiGITAL

PLUTO 1&2, GEOBREEDERS 11, GUNSLINGER GIRL 5, CIEL 1

– 플루토 1, 2권

데즈카 오사무가 그렸던 아톰 중 지상 최대의 로봇편을 우라사와 나오키가 리메이크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죠. 이 작품이 연재되기 전에 이 뉴스를 들었을 때는 정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릴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까 감탄이 나오더군요. 조연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각각의 로봇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강화하고 이야기의 형식을 바꾸니까 이런 또 새로운 멋진 이야기가 나와버리는군요. 정말이지 리메이크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보입니다. 원작에서는 중간에 완전히 박살나는 게지히트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악역 아닌 악역이었던 플루토와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음 권이 기다려집니다.

– 지오브리더스 11권

이야, 언제나 불타는 작품입니다만 이제 정말 이야기가 달려나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드는 11권이었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내부 사정으로 정신없던 카구라와 하운드, 고양이들이 각자 정리 끝내고 정면으로 붙기 시작했달까요. 지오브리더스 특유의 넘쳐나는 화력, 마구 부서져나가는 구조물들, 쏘고 구르고 날아가는 식의 대규모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더구나 각각의 세력들은 업그레이드된 상태. 🙂 …이긴 한데, 카구라 직원들은 한가롭게 주먹밥하고 샌드위치를 먹어대기만 하는 것이.;;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타바와 나루사와의 염장질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군요. 타카미의 패배는 아마도 확정적일 듯…(먼산)

무엇보다 이번 권부터 슬슬 복선이나 의문점들이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려 한다는게 보인달까요. 특히 이번 권에선 타바가 품었던 ‘어째서 고양이들을 소거하는 게 아니라 봉인, 백업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역시 후생성과 카구라의 관계가 깊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실 분들을 위해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타바 쟁탈전의 패배가 보인다고 해도 이번 권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타카미입니다. 11권 내내 활약하고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힘내라, 타카미! 그리고 또 다른 11권의 주인공 중 한명은 진구지 중공의 개발 3과 주임 아저씨. 원래부터 뿜어대는 포스가 있던 아저씨 였습니다만 정말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11권의 명대사를 날려주죠. “수면 부족의 엔지니어를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자식아!” (…)

– 건슬링어 걸 5 (건슬링거 걸 5)

여전히 슬프고 우울하고 암담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그대로 입니다. 어찌보면 악취미에 가까울 정도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을 이끌어내는 요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겠죠. 그림체가 점차 변하는 것은 어느 작가나 겪는 일이지만, 왠지 5권에서는 그게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뭐, 충분히 수비 범위내입니다만…

이번 5권의 내용은 공사 쪽 보다는 테러리스트 쪽, 특히 프랑카(카테리나)와 프랑코, 피노키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역시 5권의 압권은 라스트 부근의 1:1 근접 격투전. 동일한 이유 때문에 싸우는 길을 택한 킬러와 소녀의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죠.

– 씨엘 1

소녀교육헌장 이후 임주연이 새로 연재하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마법 학교에 입학한 시골 미소녀 이야기. 아니, 정말로 1권 내용을 요약하면 저렇죠. 주인공이 마법학교에서 사문회에 불려가 입학 이전의 이야기를 하는 거니… 아직은 1권인지라 뭐라 판단하기 힘듭니다만, 저는 계속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전작들도 저와 파장이 잘 맞았던데다, CIEL도 재미있게 봤고 마음에 들었거든요. 역시 작가 특유의 센스(특히 개그)는 여전하군요. 🙂

그나저나 책 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말에 보면 ‘…결코 판타지는 연재안할 거라고 했었지만…’ 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니, 소녀교육헌장도 충분히 판타지 아니었습니까아아…^^; (단편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NOT DiGITAL

戰巫女 -Vestal Virgin- 전무녀

괴물 퇴치가 업인 주인공(…생긴게 이오리)은 어느날 부모님의 원수를 쫓다가 어떤 신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 때 신사에서 경내 청소를 하던 무녀가 위험에 처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자신의 영능력을 그 무녀에게 불어 넣는다. 괴물을 격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처치 하는데는 실패, 더구나 자신의 능력은 모두 무녀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97년 10월 30일에 발매된 戦巫女는 앨리스 소프트의 게임들 중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서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1. 전연령 게임.
2. 앨리스 최초의 음성 지원 소프트.
3. 앨리스 유일의 육성 시뮬레이션.

지금이야 그렇지 않습니다만 한 때 Alice Soft의 게임들에는 두가지가 없는게 당연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프닝과 음성 지원 입니다. 오프닝 없음은 귀축왕 란스 때 깨졌고, 음성 지원은 바로 이 전무녀 때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것이죠. 현재로서는 앨리스도 부분 음성 지원 게임들이 많고, 점차 전체 음성 지원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이 때만 해도 앨리스 소프트와 음성 지원이란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지라 이런저런 우려가 있었죠. 즉, 음성 지원에 있어 관련된 각종 노하우가 전무한 앨리스로서 이건 모험이 아닌가 라는 것이었는데 이게 상당 부분 들어맞았던 겁니다. 성우 기용이나 연기라는 측면에서 고개를 옆으로 흔들만한 결과였거든요. 무엇보다 지금보다 영향력이 훨씬 컸고 음성 지원 부분에서 많은 경험이 있던 F&C 같은 메이커에 비교하자면 그 차이는 자명했으니까요.

사실 이건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길 이었을 겁니다. 대세가 음성 지원 쪽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앨리스로서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겠죠. 더구나 경험이든 노하우든 결국 직접 해봐야 생기는 것이고, 그 첫발을 이 작품에서 내딛었던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런 케이스가 그렇듯이 수업료를 지불하게 된 거죠. 사실 이것이 꼭 실패했다고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이 때 어떤 식으로든 앨리스는 경험을 얻었을 것이고, 그것이 뒤에 나온 작품들에 활용되었을 테니까 말이죠. 모든 게임은 지금까지 제작한 게임들에 의해 축적된 것에서 나온 것이자 후에 나올 작품들의 테스트 베드라는 건 어느 메이커나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앨리스 소프트는 그게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거의 모든 게임이 실험작이자 완성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앨리스 소프트로서는 정말 찾아 보기 힘든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역시 이런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제작하는 게임의 장르가 다양한 앨리스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하지만 아마 전무녀에서 무엇보다 불가해했던 건 바로 이 게임이 전연령 소프트 였다는 점일 겁니다. 사실 저만 해도 제작 발표난 후로도 계속 에로게 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 아니, 솔직히 누가 ‘에로가 없는 앨리스 게임’을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앨리스 소프트가 컨슈머 기종으로의 진입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던 듯 합니다만, 저로선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이후의 행보를 보면 앨리스 게임 중 컨슈머로 이식된 건 단 한 작품, ‘Only You 리쿠르스’ 뿐이었죠. 말 그대로 오직 에로게의 본능에 충실한 게임들을 제외한다면 아마 컨슈머 이식이 가장 힘든 게임들을 만들어내는게 앨리스 아닌가 싶습니다. 이걸 잘라내 버리면 그건 이미 앨리스 게임도 아니거니와, 작품의 성립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니까요. 거기다 아무리봐도 앨리스는 Leaf와는 달리 게임기 시장엔 흥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도, 그들의 방향성도 컨슈머 시장에선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고 말이죠. 그렇다면 왜 전무녀는 전연령 소프트로 발매된 것인가, 라는 점에선 저 역시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기껏 생각해 낼 수 있는 답이라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정도?(먼산)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게임 자체와는 무관한 얘기만 잔뜩 늘어논 셈이 되었네요. 개인적인 감상 쪽으로 넘어가서… 제가 처음 전무녀를 플레이했을 때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음성의 위화감이었습니다. ‘…으응?’ 하는 식의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거죠. 사람의 적응력이랄지 환경에 대한 순응력이랄지는 아무튼 훌륭한(?) 것이어서 나중에 가면 별 위화감없이 플레이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 부분이 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낮추는데 한 몫 했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작품을 재미없게 플레이 했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닙니다. 히로인인 치도세를 교육하는 육성 파트와 히로인들과의 연애라든지 스토리가 전개되는 어드벤쳐 부분에서 전 상당히 재미있었거든요. 간결한 시스템에다 유머러스한 수행 과목들이라든지도 좋았고, 전개되는 여러 이벤트들도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으니까요. 게다가 무엇보다 건전무쌍한 게임인지라 건전한 저에겐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할까요.

어찌보면 제가 이 게임을 좋게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히로인들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흑발에 붉은 리본과 붉은 하카마가 잘 어울리는 무녀 아가씨 아스카 치도세(물론 이런 히로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성격이나 인성은 말할 필요도 없죠) 라든지 핸드건과 바이크를 사용하며 고글과 슈츠 차림의 사키(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괴물 퇴치사 – 주인공 스승의 딸) 등등. 🙂

한국에선 그리 플레이한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이제는 거의 잊혀져가는 작품입니다만 저는 꽤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입니다. 이런저런 기억이나 감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기도 하고 말이죠. 역시 앨리스는 못해도 기본은 해준다는 것일지도요…(뭐, 제가 앨리스 게임들을 좋아한다는 점이 작용했겠습니다만 말이죠.)

NOT DiGITAL

브라후만 ブラフマン Brafman 1권

브라후만에 대한 이야기 전에 잠시 잡담을…

포스팅 주기를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최근에 바빠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OTL 천상 다음 주 중반에서 후반은 지나야 뭔가 좀 여유가 생길 듯 하네요. 그 때쯤 다시 재미없는 졸문들을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 JPT 점수가 발표됐습니다. 895점 밖에 안 나왔습니다. 900점도 안 되다니… 아무리 대충대충 본 시험이라도 그렇지… 비뚤어져 버릴 겁니다. 쳇.

자, 그럼 원래의 포스팅 목적으로 돌아와서 브라후만(ブラフマン, brafman) 1권입니다. LAWMAN S와 함께 주문해서 받아본 책이죠.

작가는 키지마 렌가. 아마 렌가 라고 하는 부분에서 누군지 감을 잡으실 분들도 많이 계실 듯 하네요. Rengaworks라는 홈페이지도 운영중이고, Renga 또는 煉瓦라는 펜네임으로 동인 활동도 해왔으니까요. MANGA ARTIST File 3권이 바로 Renga씨의 화집이기도 했죠.(이 화집에는 브라후만에 관련된 그림이나 설정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나 카논 동인지들이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만화를 연재중이라고 해서 체크하고 있었죠. 그래서 작년 9월에 발행된 단행본이 바로 이 브라후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좀 더 앞서서 카논을 소재로 한 ‘카논 어나더 스토리’가 발매됐습니다.

이야기는 바이크를 좋아하는 소녀 히이라기 오리하가 변신 소년(…) 노기사카 메이와 천재 소녀 아소 츠구미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싸움에 얽혀들게 되는 내용이죠. 메이는 아버지가 연구하던 브라후만 시스템이라는 생체 컴퓨터를 체내에 주입한 테스트 베드였기 때문에 변신이 가능하게 된 것이고, 싸움의 대상은 악의 조직이 아닌 쌍둥이 동생과 그가 거느리는 리프스 라는 괴물들…

2권까지 발행됐습니다만 일단 제가 본 건 1권 까지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아직 서장에 불과하고 현재로선 히어로물의 정석을 밟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어쨌든 그림이 좋아하는 스타일인데다 1권도 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볼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ブラフマン이라는 건 인도 정통 바라몬 사상의 중심 개념…이겠습니다만 철자가 다르니…(…) 뭐, 그냥 작중에 나오는 대로 생체 컴퓨터 이름이라고 생각하는게 속 편하겠죠? 🙂

작가는 바이크와 로터리 엔진광…. 내가 보는 만화는 왜 이런 작가들이 많은 거야. –;

NOT DiGITAL

STARWARS Ep.3

오늘 스타워즈를 지인 몇분과 함께 코엑스몰 메가박스 1관에서 관람했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코엑스몰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OTL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이었으니…)

아무튼 어릴 때 본 이후 제게 있어서 여러 의미로 큰 비중을 가지던 시리즈 하나가 이것으로 완결됐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감회가 깊군요. 사실 제게 있어서 프리퀄 3부작은 본 시리즈(즉 에피소드 4, 5, 6)에 딸린 부록이라는 느낌입니다. 오리지널 3부작만으로도 스타워즈라는 작품은 충분히 성립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프리퀄 3부작 자체가 오리지널 3부작을 보고 좋아했던 사람들을 위한 요소로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거기에 더해서 프리퀄을 오리지널과 떼어놓고 본다면 작품이 가진 힘 자체가 완연하게 떨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화국과 제국, 다스베이더와 제다이들이 얽힌 과거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저 역시 이 프리퀄 3부작을 볼 수 밖에 없고, 나름대로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비극이라는 점이 프리퀄에 대한 인상을 좀 더 깊게 만드는 이유겠지요.

이것으로 또 하나의 기나긴 이야기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세계는 제 머릿속에서 아마 평생 떠나지 않겠지만요.

– 여담 몇가지. 수없이 많은 스타워즈 게임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X-WING FIGHTER와 TIE FIGHTER 등의 플라이트 슈팅(시뮬레이션이라기엔 좀 그렇고…) 계열입니다. 다만 최근엔 이 장르로는 전혀 안 나오고 있어서 좀 안타깝다고 할까요. 그냥 예전 작품들이나 다시 돌려보면서 추억에 잠겨야 할까 봅니다.

– 반 농담입니다만 파드메로부터 아기를 가졌다고 들었을 때의 아나킨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순간 아나킨의 생각은 ‘기뻐하는 얼굴을 보여주긴 해야겠는데, 이거 들키면 출세는 끝~ 마스터 되기 직전에 제다이에서 짤리게 생겼고, 우쒸… X됐다’ 라는 걸로 보이거든요. 만화적인 표현으로 이야기 하자면 얼굴엔 세로선이 가득하고, 땀은 뻘뻘 흘리는 상황. 🙂

(수정 추가) – 에피 3에선 역시 오비완이 가장 돋보였다고 할까요. 클래식 때부터 마음에 들던 캐릭터였습니다만, 이번 작에선 거의 주인공… ^^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역시 라스트 무렵의 오비완이 쓰러진 아나킨을 보며 마음속을 토해내는 부분이었고 말입니다. (기술적이나 비쥬얼 적으로 보자면야 물론 초반의 함대전 부분이 인상적입니다만)

NOT DiGITAL

나는 항공관제관 2 – Air Traffic Controllers 2

ぼくは航空管制官2 – Air Traffic Controllers 2

일본의 테크노브레인사가 제작한 공항 관제 게임입니다. 즉, 특정 공항에서 항공기들의 이륙과 착륙, 택싱 경로, 접속할 터미널 등을 설정해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실 수 있습니다만, 조작 자체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각 항공기들을 순서에 맞춰서 각 시퀀스의 허가, 보류 등과 경로 선택 등의 조작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이런 관제 시스템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몰라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서의 난관은 관제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계속 이착륙 하는 항공기들을 어느 활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떤 경로로 움직여 나가느냐가 하는 것이거든요. 이걸 우습게 보다가는 바로 게임오버 화면을 볼 수 밖에 없죠. 제작사 말대로 이 게임은 퍼즐 게임의 성향이 꽤 강합니다. 거기에 스케쥴 관리적인 요소도… 🙂

조작 자체는 간단합니다만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다고 할까요. 3D 그래픽 자체는 떨어지지만(그리고 그 덕분에 낮은 사양의 시스템에서도 잘 돌아가죠), 각 공항들의 재현도도 높고, 간략화되었어도 이착륙 시퀀스의 재현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항공사들이 등장하고, 타워나 그라운드와 항공기간의 무선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죠. 그리고 게임 내에 수록되어 있는 공항에 대한 데이터들도 나름대로 볼만 하고요.

사실 이 타이틀은 하나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시리즈 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각 공항별로 팩키지가 발매되기 때문이죠. 나리타나 도쿄빅윙 같은 경우는 야간 시간대가 확장팩으로 따로 발매되고 말입니다. 각 공항들이 이런저런 특색을 보이며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꽤 흥미롭습니다. 물론 게임 중에는 그런 신경 쓸 틈이 별로 없지만요.(특히 붐비는 공항의 붐비는 시간대는…;;) 재미있는 팩키지 중 하나는 항공자위대의 코마츠 기지 팩키지. 물론 항공 자위대의 감수를 받았고, 에어쇼라는 이벤트 중의 관제를 하는 것이더군요. 이 팩키지는 아직 플레이 못 했습니다만, 관심이 갑니다.

비행기라든지 그와 관련된 건 모두 좋아하는 저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게임입니다만, 과연 일반적으로 얼마나 통용될지는 모르겠군요.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도 적어보이긴 합니다만.

NOT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