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인간 –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노다 마사아키
길
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이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저지른 수많은 만행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에 시달리거나 정신치료를 요하는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비율은 극히 낮았습니다.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참가했던 병사들과 비교해도 그 비율은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그런 수많은 전쟁범죄에 동원됐던 일본군들은 어째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후 일본 사회가 의도적으로 죄의식을 억압해 왔으며 자신들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논리를 동원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자료가 되는 것이 주로 중국전선 귀환자를 중심으로한 증언과 인터뷰입니다.
결국 과거에 대한 부인은 현재의 사회에도 상처를 입히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일본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슬픔에 대한 감수성, 진정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회복하고 죄의식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런 것을 잃어버리고 국가 혹은 상부의 명령이라는 것을 방패삼아 대중속에 숨어버리는 자들이야말로 비겁한 약자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는 결국 병들고 폭력의 사회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말입니다.
뭐랄까, 일본 우익들에게 꽤나 욕을 먹었을법한 책입니다. 어설픈 비판론이나 양시론, 중립론보다 확실한 논리전개를 해나갑니다. 특히 얼치기 반전론이나 상황주의 논리에 대한 비판은 정말 멋집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폭력과 만행에 대한 자기반성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가해자의 심리 일반에 대한 분석으로서 어느 나라에도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2차대전 당시에는 피해자였지만 제주 4.3사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광주사태, 각종 시국사건 등으로 얼룩진 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서 전 마음편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좋은 반면교사이며, 충분히 통용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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