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테어 매클린, 여왕폐하 율리시즈호, 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2003


2차 대전 당시 서방측 연합군이 소련군의 지원을 위해 북극해 항로의 수송선단을 통해 많은 물자를 보낸 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송선단들은 처음에는 별다른 피해없이 소련에 도착했지만 점차 독일군의 수송선단 차단 작전이 격렬해지면서 PQ17 선단의 참사와 같이 피해가 점점 커지게되고 북극 항로는 점차 연합군 호송선단에게는 공포의 대명사가 되죠.

이 소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무르만스크로 향하는 FR77 선단의 기함을 맡게 된 순양함 율리시즈를 배경으로 그린 픽션입니다.

율리시즈는 훌륭한 지휘관이 있고, 좋은 장교들과 수병들이 탑승한 순양함이며, 그동안 많은 실적을 거둔 군함이지만 이야기의 시작부터 상황은 극히 안 좋습니다. 승무원들은 모두 이미 수개월간 휴식없이 계속된 북극해 항로의 수송선단 호위 임무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다 함장은 폐결핵으로 각혈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스카퍼플로우의 정박지에서 함내폭동(이랄까 작업방기)이 발생해서 타함의 해병대 지원을 받아 진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

이런 상황에서 겨울 폭풍을 맞아가며 다시 FR77 고속선단 호송의 임무를 받아 북극해로 나갑니다. 4척에 달하는 지프캐리어를 포함해서 호위대의 전력은 충분하게 보이지만 겨울폭풍과 울프팩의 공격등으로 낙오함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율리시즈에는 발생 가능한 모든 암울한 상황이 연이어 덮쳐옵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이 작품은 오로지 율리시즈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율리시즈와 그 승무원들의 싸움에 저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그런 책이랄까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군상과 FR77의 전투를 치밀한 묘사로 보여주는 전쟁 문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말 그대로 '처절함'과 '사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작품이죠.

작가는 알리스테어 매클린. 스릴러나 어드벤쳐 소설을 많이 남긴 작가죠. 그의 소설 중에는 영화화된 덕분에 나바론 요새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훌륭한 소설이었긴 합니다만, 아쉬움도 동시에 생기는데 그건 책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 번역 때문입니다. 일단 이 책이 70년대 일본어 번역판의 중역본이라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여왕폐하 율리시즈호'라는 실소가 나오는 제목도 그 유산이죠. 일본어판 제목이 여왕폐하의 율리시즈호 였거든요.(먼산) 원제의 HMS는 일반적으로 왕국들(영국도)에서 군함의 이름 앞에 붙이는 단어인데, 풀어서 쓰면 His/Her Majesty's Ship 이죠. 당시 영국은 여왕이 아닌 국왕이 있던 시절이므로 굳이 번역하자면 국왕폐하의 군함 율리시즈호 정도? 아니, 차라리 그냥 율리시즈호 정도가 어울리겠죠. 아니면 원제대로 HMS 율리시즈 라고 하던가.

제목은 넘어가더라도 본 내용으로 들어가면 좀 더 심각해집니다. 전 처음에는 인물간 상하 관계 라든가도 제대로 잡기 힘들었고,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냐'싶은 부분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중역본의 한계라고 봐야 하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번역질의 문제는 솔직히 심각하다 싶을 정도죠. 일본어판 번역에 대한 평이 일본내에서 좋은 걸 보면 일본어판의 문제도 아닐테고 말이죠. -_- 생각같아선 영문판이나 일본어판을 다시 읽고 싶은 심정이고, 정말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해볼지도....

번역은 확실히 문제가 많긴 합니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즐거운 시간(...이건 어폐가 있으려나요, 내용이 내용이니만치;;)을 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작품이 작가의 처녀작이었고 저도 이책이 알리스테어 매클린 작품 중 처음 손에 잡은 책인지라 나중에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NOT DiGITAL
2008/06/06 15:18 2008/06/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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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샤나땅 기장 2008/06/08 23:15  address  modify  write

    D모 추리물 전집에 포함됐다는 것부터가 에러....
    내용만 따지면 웬만한 톰클랜시를 찜쪄먹는 수준인데..

    • NOT DiGITAL 2008/06/09 23:03  address  midify

      확실히 추리물 전집에 속해 있다는 게 정말 에러.(먼산) 사람들이 내용을 오해하기 딱 좋게 만들어 놨으니...

      NOT DiGITAL